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터키에서 항의시위가 타오르던 이달 초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도심에 있는 탁심광장에 도착할 때쯤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시위자들을 뒤쫓았다. 최루가스에 눈이 따가웠다.
터키는 지금 다시 시위의 계절이다. 시민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와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대한 다양한 불만을 표출하고자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 터키의 시위는 민주주의와 종교, 근대화 이슈를 둘러싼 긴장과 관련돼 있다.
터키는 오스만튀르크 제국 붕괴 이후 엄격한 세속 국가가 되었다. 1920년대 케말 아타튀르크 터키 초대 대통령은 군대에 의존해 급속한 근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군부는 확신에 찬 세속주의의 보증자로서, 정치구조가 이슬람을 지나치게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여겨질 때마다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대략 20년마다(1960년, 1980년, 1997년) 발생했다.
2000년대 초반 정의개발당의 등장은 터키 사회의 이런 전선을 바꿔놓았다. 세속주의 군부와 전통을 따르려는 대중 간의 갈등은 더는 없게 되었다. 옛 이슬람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새로운 정당은 갑자기 근대화의 핵심 추진 세력이 되었다. 군부로부터 독립적인 정치 공간을 개척함으로써 터키 민주주의를 확장했다. 그리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옹호하고 이에 필요한 변화를 지지했다. 동시에 이 정당은 케말주의 모델의 확신에 찬 세속주의에도 도전했다. 예컨대 정부는 대학이나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히잡 착용 금지령을 뒤집었다. 터키인 과반수는 이를 지지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정당에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테러조직’들(쿠르드족 단체들)에 가입했다거나 범죄 활동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수십명의 기자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많은 기자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 때문에 감금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사회정책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올봄 이 정당은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새 법을 밀어붙였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술 판매를 금지하고, 주류 광고 및 판촉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런 제도가 많은 다른 나라들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이 법을 공중 보건이 아니라 공중 도덕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조처를 보면서 이 정당이 터키 사회에 이슬람을 전파하려는 신호라고 여겼다.
올해 6월 규모가 불어난 시위대는 정의개발당이 권위주의로 후퇴한다는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의 통치에 대한 대중들의 시위를 빌미로 삼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집트와는 상황이 달랐다. 정의개발당은 군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쿠데타의 위협은 대체로 사라졌다.
정의개발당은 보수적 정치 성향을 가진 현대적·민주적 세력이다. 기존 질서에 도전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 엘리트들을 대변한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집권당처럼 매우 비도덕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이런 권력 행사를 이슬람의 속성과 연관짓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다른 나라에서처럼 터키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반정부 정서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터키의 많은 시위자들은 언젠가 터키를 이란으로 만들 것이라는 정의개발당의 ‘비밀 어젠다’에 대해 우려한다.
지금까지 정의개발당은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비교적 잘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터키 시위대 편에 서 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시험대는 반대 의견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최루가스는 평화적 시위를 다루는 방법이 아니며, 감옥은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들을 다루는 방법이 아니다.
지난 6월 당국이 탁심광장에서 시위대들을 몰아낼 때 한 사람이 평화적으로 도전했다. 에르뎀 귄뒤즈라는 이 사람은 인근 건물에 있는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화에 눈을 고정시킨 채 몇 시간 동안 광장에 그대로 서 있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이 ‘서 있는 남자’를 따랐고, 당국은 이들을 체포했다.
터키는 지난 세기에 많은 것을 성취했다. 경제가 번영했고, 군부는 민주주의를 더는 위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의개발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자 한다면, 조용히 그러나 반항적으로 서 있는 사람들을 국가 안위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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