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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돼지감자꽃

등록 2013-10-02 18:50

돼지감자는 공터나 산비탈, 볕 좋은 제방 같은 데서 잘 자란다. 키가 2m 넘게까지 자라고 이파리도 언뜻 해바라기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꽃의 크기가 그보다 훨씬 작아 구별이 어렵지 않다. 돼지감자꽃을 발견하거든 몇 송이 뚝뚝 따서 집안에 데려와도 좋겠다.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분위기를 며칠은 감상할 수 있다. 돼지감자는 ‘뚱딴지’로 부르기도 한다. 알뿌리의 생김새가 감자처럼 고르게 둥글지 않고 울퉁불퉁하거나 삐죽삐죽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감자는 익혀 먹지만 어릴 적에 돼지감자를 캐서 생것으로 먹어 본 적이 있다. 그 맛이 꽤 괜찮았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제법 달큼한 맛도 선사해준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이 귀화식물은 원래 가축사료로 쓰기 위해 들여온 것이다. 식량이 넉넉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한 처지가 되었는데,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남게 되었다. 최근에 돼지감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저칼로리 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돼지감자 다이어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대규모로 재배를 하는 곳도 늘어났다. 또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또 다른 외래식물인 돼지풀을 잡기 위해서도 심는다. 밖에서 들어온 것들끼리 다투는 형국이니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따로 없다. 논농사의 몹쓸 잡초로 부르던 ‘피’도 각광을 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비타민B1을 현미의 2배가량 함유하고 있다 한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아닌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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