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구절초

등록 2013-10-07 18:38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에 꽂아도 좋을 사랑아” 이맘때면 머릿속에 맴도는 박용래의 시 ‘구절초’ 앞부분이다. 원산지가 아프리카인 마거리트는 5~6월에 도로 가에서도 피지만 구절초는 음력 9월9일 무렵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다. 이때 꺾어 약으로 쓰면 좋다고 해서 이름이 거기서 유래했다. 구절초는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도 쓰인다. 가을에 피는 국화과의 식물들 중에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는 연보랏빛을 띠는 반면에 구절초는 시리도록 청초한 흰빛이 압권이다. 다른 국화류에 비해 꽃의 크기도 크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에서 열리는 구절초 축제에 다녀왔다. 해마다 구절초 향기를 듬뿍 탐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축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심은 구절초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는 게 나로서는 불만이다. 나는 산기슭에 홀로, 혹은 두세 포기 피어 흔들리는 구절초를 더 좋아한다. 산길을 가다가 그 옆에 가만히 앉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구절초 가는 허리를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는 사내로서 자격 미달이다. 또 구절초를 만났을 때 한 송이쯤 머리에 꽂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 역시 아가씨가 아니다. 너무 과했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