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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소인배의 이름도 역사에 남는다

등록 2013-11-04 19:13수정 2013-11-06 16:15

공자의 제자 재여가 낮잠을 자다가 스승한테 들켰다. 공자는 이렇게 꾸짖었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똥덩어리 흙담장은 흙손질로 다듬을 수 없다. 재여 같은 이를 꾸짖어 무엇하겠는가?” 재여는 낮잠 한번 잤다가 이천년 동안 ‘공자조차 포기한 제자’로 이름을 날렸다.

노나라 평공이 맹자를 만나러 가려 했다. 당시 평공의 의전 담당관으로 ‘문고리 권력’을 쥐고 있던 장창은 맹자를 맹렬히 헐뜯었다. “군주가 몸을 낮추어 필부를 만나실 때는 그가 예법을 아는 현자이어야 합니다. 맹자는 아버지보다 어머니 장례를 더 성대하게 치른 사람으로 예법을 모르니 만나지 마시기 바랍니다.” 평공은 장창의 억지 비난을 듣고 맹자를 만나지 않았다. 이후 장창은 ‘장창과 같은 소인배’라는 뜻의 ‘장창소인’(藏倉小人)이란 성어에 이름을 새겨 오늘날까지 소인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춘추시대 주나라 남땅의 영주 흑굉은 노나라에 항복하고 자기 영지를 노나라에 바쳤다. <춘추좌전>은, 흑굉 같은 소인배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인물이 아니지만 영토를 팔아먹은 죄가 무겁기 때문에 기록에 남긴다고 밝히고 있다. “이름이 남는 일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이와 같다. 어떤 때는 이름이 기록에 남는 게 남지 않는 것만 못하다. … 어떤 이는 이름을 남기려 해도 남기지 못하고, 어떤 이는 이름을 덮으려 해도 더욱 드러난다.”(名之不可不愼也如是: 夫有所有名而不如其已. … 或求名而不得, 或欲蓋而名彰.) 소인배의 악명은 감추려 할수록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欲蓋彌彰)이란 성어는 여기서 비롯했다. 이것이 역사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이승만·박정희의 독재정치를 미화하고 찬양한 교학사의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에 이어 극렬 뉴라이트인 유영익 교수가 국사편찬위원장이란 감투를 쓴 것은, 이 정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제와 독재자의 철권통치가 이 땅을 근대화했다면, 이완용 후작이나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는 근대화의 일등 공신이다. 그런 걸 교과서라고 쓰고 그걸 검정에 통과시킨 이들은 이완용, 이승만, 다카키 마사오 등과 나란히 역사에 이름이 남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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