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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당꼬바지

등록 2013-12-24 19:09

허벅지 쪽은 헐렁한데 발목 부분의 밑단이 좁은 바지가 당꼬바지다. 당꼬바지라고 하면 승마를 하는 사람들이나 독일군의 전투복, 혹은 일제강점기 순사를 떠올리게 된다. 탄광을 일본말로 ‘당꼬’라고 하는데 탄광노동자들이 입던 바지를 말한다. 당꼬바지라는 말이 ‘탱고바지’에서 왔다는 말도 있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거친 운동이나 노동을 할 때 바지 밑단이 넓으면 거치적거려 불편하다. 되도록 일을 편리하게 하고 활동성이 좋은 옷을 찾다 보니 발목에 밀착시킨 바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복바지를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대님이나 군복에 착용하던 각반이 바로 그 용도로 만들어진 것.

요즘 젊은 청년들 사이에 당꼬바지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아예 허벅지까지 착 달라붙은 바지에다 발목이 앙상하게 드러나도록 짤막하다. 밑단이 넓은 바지를 입으면 아저씨 취급을 받는다.

70년대 중반 중학교 시절이 따라올라 온다. 그때도 당꼬바지가 대유행이었다. 남들에게 불량기를 과시하고 싶은 ‘노는 애들’은 누구나 이 바지를 입었다. 세탁소에 맡겨 줄였을 것이었다. 당꼬바지들은 교모를 삐뚜름하게 쓰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찌르고 건들건들 다리를 좀 흔들어야 제격이었다. 껌을 짝짝 씹으며 윗니 사이로 침을 찍 갈겨대는 녀석도 있었다. 당꼬바지들 옆에는 늘 나팔바지 여자애들이 있었다. 일본말에서 온 당꼬바지보다 국어순화 차원에서 ‘홀쭉이바지’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다. 왠지 어색하고 낯설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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