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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유강희

등록 2014-01-14 19:01

그는 대학 1학년 때, 그러니까 스무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어머니의 겨울’이라는 시로 등단했다. 최연소 등단이라며 모두들 놀라워했다. 그동안 <불태운 시집> <오리막>이라는 시집 두 권과 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예보>를 냈고, 동화책도 여러 권 썼다. 김용택 형은 이 친구를 ‘오리야’ 하고 부른다. ‘고드름붓’이라는 시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1968년생이니 나이가 어느새 사십대 중반을 훌쩍 넘겼다. 서울에서 출판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대학에 시창작 강의를 나가거나 글을 써서 먹고산다. 사는 곳은 전주다.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 시인이면서 술친구인 유강희의 프로필이다.

아담한 몸집의 소년 같은 유강희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장가도 들지 않고 말이다. 그게 요즈음 내 걱정거리 중 하나다. 후배가 결혼을 하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나는 이 친구처럼 성품이 착하고 순하고 매사에 극진하기 짝이 없는 사내를 본 적이 없다. 시도 그렇게 쓴다. 세상 처녀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시를 써볼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인지. 사실 혼자 나이 먹어가는 게 안타까워 몇 번 소개를 주선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번번이 헛일이었다. 좀 잘해 보라고, ‘뻥’도 좀 치라고, 때로 버럭 소리를 질러보았으나 약효가 없다. 자, 여기 썩 괜찮은 총각 시인이 하나 있다. 참한 사람 누가 좀 데려가 달라. 내가 이 물건, 정품임을 보장한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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