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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응답하라 1868? 2014? / 이영채

등록 2014-01-19 19:13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이 한풀이 정치라는 비난을 듣는 사이에 아베 내각이 전후체제로부터 탈각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만들기’가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야스쿠니 방문 나흘 전인 지난해 12월20일, 일본 문부성 검정심의회는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 개정안은 아베 측근 중 가장 우익 성향이 강한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이 속한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의 제안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사회교과서에서 1) 근대사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음, 2) 정부의 견해 및 확정 판례가 있는 경우 이것을 기준으로 기술, 3) 미확정의 시대적 사안은 특정 사항을 강조하지 않도록 함 등 새 기준을 담았다.

이 기준을 2015년도 중학교용 교과서 검정에 적용하면, 독도, 센카쿠열도, 위안부, 난징대학살 등 한국 및 중국과 관련된 부분은 일본 정부 및 사법부의 공식 견해가 대폭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교과서 검정기준은 소위 ‘근린국가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1982년 일본 교과서 왜곡이 문제가 되자 “아시아 근린국가와의 우호 및 친선을 위해서 비판에 귀기울이고 정부의 책임으로 시정한다”고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관방장관이 내놓은 담화가 그 내용이다. 시모무라 문부상이 발표한 새로운 검정기준은 이 ‘근린 조항’을 유명무실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또한 2006년 개정된 교육기본법의 ‘애국심, 도덕심, 전통문화의 교육’ 조항을 적용하여, 이 조항과 일치하지 않는 교과서는 검정에서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국정교과서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베 내각의 국민의 애국심 함양은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지난해 12월11일 발표된 외교 및 안전보장의 포괄적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도 포함되어 안보 측면에서도 국민의 실질적인 애국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일본의 전후국가체제를 바꾸기 위해 미군 재편과 세트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자위대의 군대화 그리고 헌법 개정을 진척시킴과 동시에 ‘교육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애국 사상과 국가주의 가치관을 신세대 아이들에게 주입하기 위해서 교육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전후 교육은 자학적 역사관에 토대를 뒀으며, 1947년 이전의 교육기본법인 천황의 교육칙어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1868년 메이지시대부터 패전 이전까지 천황이 국체의 중심이고, 국민이 천황과 국가를 사랑하고, 그 번영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스스로 국가에 공헌하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했던 메이지 국가야말로 아베 내각이 ‘다시 되찾겠다’는 국가의 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전과 같은 학교교육이 필요하며, 미래의 아이들의 역사적 기억을 국가가 통제함으로써 ‘자학적 전후체제’에서 탈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1990년대 후반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역사교과서> 제작 및 보급 지원, <엔에이치케이>(NHK) 위안부 다큐멘터리의 검열 및 삭제 지시, 수능시험 위안부 문제 출제 금지, 고노 및 무라야마 담화 수정, 오키나와 집단자살의 군 관여 기술 삭제 등을 조직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리고 초당파 전·현직 의원 300여명으로 구성된 일본회의를 출범시켜 대대적인 ‘응답하라 1868’ 운동을 벌여왔다.

오랫동안 미국의 보호 우산 밑에 있었던 일본에는 중국의 패권적 대두와 미-중의 경제적 밀월관계 속에서 언젠가는 그 보호막이 없어질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있다. 이런 불안은 미국에 더 의존하려는 현상과 ‘영예로운 시대’로의 회귀라는 노스탤지어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국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전후 일본과 한국의 우익이 깨달은 것은 역사에 대한 지배를 상실한 권력은 현실에 대한 지배로부터도 멀어진다는 교훈이었을까?

일본 국민들이 아베와 함께 1868년의 불나비가 될 것인지, 고이즈미 준이치로와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탈원전 연대에 기반한 보수 자유주의 세력들의 ‘2014 도쿄 반란’에 응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한 해다.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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