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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오바마는 아시아를 잊었나? / 존 페퍼

등록 2014-02-09 18:34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지난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힘든 시기였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착오와 시리아에 대한 모호한 개입 방식을 둘러싼 반발, 이민법의 의회 통과 실패,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문서 폭로 등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2013년을 뒤로하고 남은 임기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연설의 대부분을 미국 경제와 최저임금 인상, 실업수당 연장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에 집중하려는 오바마의 의지를 고려하면, 그가 외교정책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은 놀랄 만하다. 물론 이런 국제 현안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예컨대 무역정책과 관련해 그는 “우리의 노동자들과 환경을 보호하고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상품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신속무역촉진권한 같은 방안에 초당적으로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도 오바마의 외교정책 접근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국은 항구적인 전시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의 언급이었다. 그가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반대를 선언한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라크 철군과 올해 말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 시리아 공격 철회 등의 결정이 나온 뒤인 만큼 그의 말에는 이제 더 힘이 실린다. 그가 “무인기(드론) 사용에 대한 신중한 제한”을 약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키스탄 내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크게 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바마는 외교도 강조했다. 그는 이란과 핵 협상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 감축을 언급했다. 이어 경제 개발과 정치적 동맹, 문화 교류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국제 현안을 언급한 뒤, 오바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다룰 시간이었다. 집권 2기 남은 기간의 가장 중요한 연설에서 오바마는 아시아에 단 한 문장만 할애했다. 그게 전부였다. 오바마는 미국의 국제 파트너십에 관한 논의의 맨 마지막에 이 지역을 거의 뒤늦게 생각이 난 것처럼 언급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는 아시아·태평양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곳에서 동맹국들을 지원하고 좀더 큰 안보와 번영의 미래를 만들며, 필리핀에서 한 것처럼 재앙으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이나 일본, 타이, 오스트레일리아, 괌으로 해병대 이전, 북한의 도전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4월에 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그때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태평양으로 초점을 옮기겠다고 재강조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진실은 ‘아시아 회귀’ 전략이 중국에 경고하고 일본·한국·대만·기타 국가들을 안심시키고자 설계된 광고 캠페인 이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로 미국 해병대를 오키나와의 오래된 시설에서 다른 국가의 기지로 이전하는 등 미국이 오랫동안 계획해온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조처들의 이미지를 새롭게 한 것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이런 조처들도 큰 저항에 부딪혔다. 한국과 일본이 영토와 20세기 역사 해석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 전략의 경제 분야 핵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미국 의회에 상당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라크는 내전으로 빠져들고 있고, 시리아 내전도 타협이 쉽지 않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새로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정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성취하려는 데 전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남은 임기 3년은 올해 국정연설 내용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국내 경제에 주로 관심을 쏟을 것이다. 외교정책은 주로 경제지표 개선의 렌즈를 통해 접근할 것이다. 외교를 강조하지만 이런 에너지의 많은 부분은 계속해서 중동에 쏟아부을 것이다.

이란은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해 있고 경제적 활력이 높은 지역일지라도, ‘회귀’와 상관없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계속해서 다른 사안들에 밀려 나중에 생각이 나는 지역이 될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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