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물은 학술저널에 논문으로 발표되면서 비로소 지식의 공개시장에 나온다. 제대로 된 학술지일수록 논문은 발표 전에 엄격한 ‘동료 심사’를 받는 단계를 거친다. 연구 가치를 지니는지, 적절한 자료와 방법을 사용했는지를 같은 분야 동료 전문가들이 심사해 논문의 수정·보완과 출판 여부를 결정한다. 동료심사 출판 체제는 수백년 동안 지식의 수레바퀴를 굴려온 제도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소통하는 요즘엔 출판 전 동료 심사와 별개로 자율적인 출판 후 동료 심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만 봐도 그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달 세계 생명과학계를 놀라게 한 논문이 엄격한 사전심사 체제를 갖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려 발표됐다. 만들기 까다롭다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쉽게 믿기 힘들 정도로 간편한’ 기법으로 만들었다는 일본·미국 연구팀의 성과였다. 약산성 용액에다 갓 태어난 쥐의 체세포를 담가두었다가 일정한 배양 처리를 했더니 체세포가 분화 전의 초기 세포로 역분화했다는 것이었다. 뜻밖에 논문은 논란에 휩싸였다. 사후 검증 과정에서 논문에 실린 일부 영상 자료에 ‘자연스럽지 않은’ 이상한 흔적이 며칠 만에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은 일본 연구소와 네이처 쪽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네이처 논문의 의문점을 찾아낸 이는 온라인의 익명 연구자들이었다. 특히 발표된 논문을 사후 검증하는 전문가 커뮤니티로 지난해 출범한 ‘퍼브피어’(Pubpeer.com)는 단연 돋보였다. 각지에 흩어진 연구자 사이에서 제기된 의문은 세계 연구자 사회로 퍼졌다. 퍼브피어는 지난해에도 미국 연구팀이 저명 학술지 <셀>에 발표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논문에서도 영상 중복을 발견해 저자와 학술지 쪽을 긴장시켰다. 논문 결론엔 영향을 주지 않는 실수로 결론이 났지만 온라인 검증단의 매서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동료 심사와 더불어 사후 검증이 새로운 지식 검증 체제로 자리잡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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