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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요즈마와 창조경제 / 박순빈

등록 2014-03-05 19:10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창조경제를 이끌 동력으로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내세웠다. 정부와 외국 투자자의 공동 출자로 2000억원의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를 하되, 펀드 운용은 외국 투자자한테 맡길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외국인의 시각으로 유망한 국내 기업을 발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나스닥 등 선진 자본시장 상장이나 세계 유명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으로 세계시장 진출 기회가 더 열린다는 게 정부의 기대이다.

요즈마펀드 구상은 이스라엘의 성공 사례에서 배운 것이다. 이스라엘은 1993년 미화 1억달러 규모로 요즈마펀드를 조성해 1990년대 말까지 운영하며 첨단산업 육성의 엔진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벤처 생태계가 잘 갖춰진 나라로 꼽힌다. 실제로 벤처강국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수는 인구 1884명당 1개꼴(2009년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기업별 평균 특허보유건수 등도 세계 1등이다.

이스라엘이 벤처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는 요즈마펀드도 한몫했다. 하지만 좀더 깊이 이스라엘의 사정을 알아보면, 우리나라에선 요즈마펀드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요즈마펀드의 성공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사람이다. 1990년대 초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 나라에 살던 유대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대규모 이민이 있었다. 둘째는 자본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요청에 언제나 부응할 수 있는, 세계 각지에 깔려 있는 유대계 금융자본이 펀드 조성에서부터 운용에 이르기까지 큰 힘이 됐다.

요즈마란, 히브리어로 ‘혁신’ 또는 ‘창조’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형 요즈마펀드는 독창적 구상이 아니다. 따라서 혁신이나 창조와는 애초 거리가 멀다. 조건과 배경이 완전히 다른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한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는 곳에 귤을 심으면 탱자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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