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요즘 북한이 신문 머리기사로 등장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몇주간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란 핵협상, 오스카상에 관심을 쏟았다. 북한은 미국의 정책 결정 의제에도 거의 등록돼 있지 못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무시하며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희망하는 ‘전략적 인내’ 접근법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갖고 있는 중대한 결점은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의 접근법이다. 북한이 처음부터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2년 2·29 합의가 무산된 이후 오바마가 자신의 남아 있는 정치적 자산을 대북정책에 쏟아붓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가 이 나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하기 어렵다. 최근 국가안보네트워크와 전미북한위원회(NCNK)는 보고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대신 ‘전략적 형성’으로 방향 전환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 접근법은 서로 맞물린 여러 제안으로 구성된다. 먼저 뉴욕채널과 고위급 접촉이 진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트랙2 회의와 군 대 군 대화, 지역 차원의 대화 등 다양한 상호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 플루토늄 생산 및 우라늄 농축 동결 같은 구체적인 임시 조처를 제안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대가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북한은 경제제재 완화와 평화협정 체결, 개발 지원 등을 요구해왔다. 유능한 협상자들은 협상에 이르는 다양한 길을 고안해낼 수 있다.
그러나 북-미 간 협상 태도에서 나타나는 차이보다 더 긴급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무엇인가를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다. ‘전략적 형성’은 의미있는 접근이다. 그러나 여러 외교 현안에서 진전을 만들어내려고 허둥지둥하는 오바마 행정부를 지켜보는 사람들한테 남는 의문이 있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많은 우선순위 목록에서 상위를 차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발 뒤의 협상은 곧바로 달래기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임을 고려하면 어려운 선택이다. 둘째는 중국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로 결심하는 것인데 가능성이 거의 없다.
셋째는 미국이 북한에서 지정학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북한을 고립된 이슈로 다뤄왔다. 북한이 고립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북-미 관계를 좁은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는 변명거리는 안 된다. 북한이 미국의 더 높은 정책 우선순위가 되려면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대북정책에서 다른 이해관계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활용하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공세적으로 추구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동북아에서 운송로와 에너지 파이프라인망을 확장하는 데 큰 이해관계를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서는 북한이 핵심적 구실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독점화한 희토류 수입을 우려하고 있는데 북한은 중국보다 6배나 많은 희토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헨리 키신저 같은 전략가는 미국의 대북 관여를 중국에 대한 균형잡기 전략으로 바라볼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1970년대 닉슨이 소련에 대한 균형잡기 전략으로 중국에 접근했던 것과 비슷하다. 북한은 항상 더 나은 거래를 찾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끊고 미국과 더 긴밀히 공조하는 기회를 환영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냉전적 환경의 대전환과 인권 개선을 위해 기존 대북정책의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테 전략적 인내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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