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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총수에 대한 성과평가

등록 2014-04-02 19:10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성과 평가는 기업 경영의 영원한 숙제이다. 주류 경영학자들은 정교한 성과지표와 보상체계를 갖춘 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높다고 믿어왔다. 경영자들은 목표를 던져주고 결과에 따른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사람의 자질과 노력을 계량화해 서열과 등급을 매기는 것은 ‘신의 영역’에 가깝다. 성과 평가와 차별적 보상체계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독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통계적 관리이론의 대가인 에드워즈 데밍(1900~1993)은 2차 대전 뒤 일본 기업을 상대로 경영자문을 하면서 조직 단위 또는 임직원 개인한테 계량화된 목표를 제시하지 말도록 늘 강조했다. 예컨대 작업장 안에 목표 구호나 숫자 따위를 게시하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 평가를 하지 않는 기업들이 같은 업종의 경쟁 기업보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더 높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반면교사의 사례도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지난해 말 10여년 동안 운영해온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는 인사평가 제도를 폐기했다. 이 제도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등급을 나눠 최상위 직원들에겐 성과급 잔치를 베풀어 주고 최하 등급을 받으면 내쫓는 성과관리 체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임직원의 경쟁의식을 높이려고 시행한 이 제도가 조직 내 협업과 소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내부 권력투쟁의 도구로 활용되며, 결국 구글 등 떠오르는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한 주범이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폐기했다.

상장기업의 개별 등기임원 보수 현황이 공개된 뒤 일부 재벌 기업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총수의 과도한 연봉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해당 재벌의 변명은 한결같다. ‘철저한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연봉이라는 것이다.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국내 재벌 총수에 대한 성과 평가야말로 아무도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인 것 같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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