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2012년 가을 일본 총리가 된 아베 신조는 일본에 공격적인 케인스주의적 경기부양책을 약속했다. 사회기반시설 지출을 늘려 직접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일본중앙은행을 통한 양적 완화를 시행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이런 정책에 제동을 건 사이, 일본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2%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십년 이상 완만한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으로선 전례 없는 물가 상승을 약속한 것이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긍정적이다. 일본의 고용률(EBOP)은 2012년 가을 이후 1.6%포인트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랑하고자 하는 미국 고용 증가 속도의 갑절이다. 일본은 지금 독일과 함께 경기침체 이전보다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고용률은 경기침체 이전 수준보다 4%포인트 낮다.
여성과 관련한 성과는 특히 놀랍다. 핵심 경제 연령(25~45살)에 해당하는 일본 여성의 고용률은 현재 경기침체 이전보다 3.6%포인트 높다. 미국보다도 2%포인트 이상 높다. 여성들의 경력에 큰 장벽을 지속적으로 쌓아왔던 일본의 오랜 성차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아베는 이런 정책으로 일본이 겪고 있는 디플레이션을 뒤집기 위해 애썼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물가는 1.5% 올랐다. 일본중앙은행의 목표인 2%보다 여전히 낮지만 이전 12개월 동안 소비자물가가 0.6% 하락한 것에 견주면 상당한 호전이다.
회의론자들이 예측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인플레이션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심각하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통화들에 비해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계획의 일부분이었다. 투자자들도 일본 국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0.6%로 긴축 성향인 독일이 지불하는 이자율보다도 거의 1% 낮다.
일본의 회복은 케인스주의 교과서를 따르고 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일본 앞에는 여성 노동력에 대한 장벽뿐만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다른 구조적 장애물을 없애야 하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실질 임금 감소를 가져왔으나, 현재까지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 소득 상승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노동력이 더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노동자의 교섭력이 강해질 것이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 상승이 일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실질 소득의 증대가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몇몇 증거도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실질 소득에 일으키는 영향이 분명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아베 정권이 케인스주의적 접근에 완벽하게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아베 정권은 이번달 전국적으로 소비세를 인상했다.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틀림없이 이번 분기 성장이 둔화될 것이고 아마도 올해 남은 기간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케인스주의 경제학이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실업 상태의 노동력이 많고 자원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제에서 정부는 지출을 늘려 수요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이런 지출이 일시적 고용 증대만이 아니라 장기적 이익으로 돌아오는 사회기반시설과 연구 교육 같은 영역에 공헌할 수 있다.
민간 부문에 대한 구축효과(화폐 공급량은 불변인 채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이자율이 상승해 민간투자를 억제하는 현상)에 관한 전통적인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통하지 않는다. 단기금리가 0%에 근접하고 장기금리가 매우 낮아지면, 투자를 줄일 정도의 실질적 이자율 급등 위험은 거의 없다. 더구나 중앙은행은 국채를 사들여 이자율을 낮게 유지할 자유를 누린다. 이것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 가능하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다른 선진 경제를 호전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유일한 의문은 각국 정부들이 이 도구를 쓸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답은 아니다인데, 균형재정 광신론자들에게 정치가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거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베의 정책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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