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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중국의 부상은 여전히 평화적인가? / 존 페퍼

등록 2014-06-08 18:16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지난달 중국 북서부에 있는 닝샤후이족(회족)자치구를 방문했다. 사막이 많아 상대적으로 빈곤 지역인 이곳은 이슬람교도가 많고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하는 곳이다. 이곳은 중동에서 투자를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었고, 풍부한 햇볕과 바람을 이용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또 나무심기 등을 통해 사막화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것은 평화적인 부상을 하려는 중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매우 다른 모습이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이 다른 중국은 동·남중국해에서 일본·베트남과 충돌하고 있다. 또 매년 군사지출을 두자릿수로 늘려 해·공군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런 행동들은 중국이 평화적 부상을 포기하고 대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추측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지금 슈퍼파워의 지위를 놓고 불가피하게 미국과 싸워야 할 날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길이 여전히 평화적인지 아니면 대립적으로 변했는지 알기 위해 먼저 중국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자. 광대한 중국에선 티베트와 신장에서 심각한 독립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노동 투쟁과 정부 규제에 대한 항의, 환경오염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18만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래서 중국 정부는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면서 내부 안정 유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둘째 우선순위는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7.7%는 다른 나라들한테는 놀라운 것이지만 중국에는 경고신호다. 셋째 우선순위는 이념적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나라의 결속을 위해 민족주의에 의존하고 있다.

내가 닝샤에서 본 것은 이 세가지 원리를 확인해줬다. 중국 당국은 닝샤와 더 부유한 지방 간에 경제적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패한다면 이 지역은 정치적 불안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다인종 지역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호소는 경제성장 둔화를 벌충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안정과 경제성장, 민족적 자부심이라는 중국의 세가지 우선순위가 이 나라의 현재 외교정책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해역에서 중국의 행동들이 이웃 국가들한테는 인기가 없겠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인기가 있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민족주의와 함수관계에 있다. 이것은 시진핑과 그 측근들의 정치적 기반을 튼튼하게 해준다.

경제적 측면도 있다. 에너지는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이다. 수입 석유의 대부분이 남중국해를 통해 들어온다. 분쟁 해역에는 희토류 같은 다른 자원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은 이 해상 운송로와 가치 있는 자원들을 통제하는 능력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주변 해역 통제는 부상하는 강대국이라는 중국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글로벌 강대국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강대국들은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여 행동의 자유를 속박당하지 않는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영유권 주장에 신중해왔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해왔으나 대만과 베트남도 야심찬 주장을 해왔다. 충돌이 있었고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저강도 충돌이다. 중국의 군사력은 이웃 나라들보다 우위에 있으나 영토를 장악하고자 군사력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중국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쇠락하는 미국이 베트남 또는 필리핀을 도우러 오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질 때까지 결정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근본적으로 실용적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어떤 군사적 개입도 경제성장과 정치안정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누가 궁극적으로 중국이 가는 길을 제대로 예측할 것인지 맞히기는 불가능하다.

많은 것이 지역안보기구의 힘, 그리고 중국이 이 기구와 어떻게 깊이 관련을 맺기로 결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에는 이런 다자기구의 권한을 인정하려는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다자주의에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이 중국에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중국은 스스로 공간을 만들 필요를 느낄지 모른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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