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애도와 우울증>을 발표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였다. 프로이트의 설명을 따라가자면, 애도(Trauer, 슬픔)의 감정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데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어서 아무리 격심하다 해도 치료를 요하진 않는다. 충분히 깊이 슬퍼하고 나면 아픔은 가라앉고 다시 일상이 열린다. 반면에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상실로 인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 능력을 잃어버린다. 우울증의 결정적인 특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감정, 곧 자애심의 증발이다. “애도의 경우에 빈곤해지는 것은 세상이지만, 우울증의 경우에는 자아가 빈곤해진다.” 슬픔은 세상을 텅 비게 하고 우울증은 내 안을 텅 비게 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스스로 쓸모없고 무능하고 부도덕하다고 느껴 자기를 비난하고 부정하고 처벌하려 든다.
우울증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프로이트는 우울증 발생의 여러 원인 가운데 죽은 사람에 대한 애증의 감정에 주목한다. 떠나버린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무의식 속에서 자기에 대한 공격적 증오심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 증오심의 반복 타격으로 자아가 텅 비게 된다. 프로이트는 바깥세상으로부터 냉대를 받거나 무시를 당할 경우에도 상실의 슬픔이 우울증으로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 상황이 강요하는 좌절감이 우울증을 키우는 것이다. 우울증이 위험한 이유는 공격성이 환자 자신을 직접 향하는 것, 곧 ‘자살 충동’에 있다. 세상에 대한 미움이 해소되지 못할 때 그것이 방향을 바꿔 자기 자신을 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오려면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깊은 애도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마음의 상처를 덧내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들은 무력감을 키우고 애도의 과정을 왜곡한다. 참사의 원인을 밝혀 책임자를 모조리 가려내고 합당한 죄를 묻는 것은 사회적 애도의 필수 절차라 할 것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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