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최근 일본 도쿄의 신주쿠 상업지역에서 일어난 한 남성의 분신자살 기도는 놀랄 만한 일탈이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정치적 문제로 인한 자살 시도는 없었다. 분신한 그 시위자는 일본이 공격적인 군사력을 갖추게 하려는 아베 신조 정부의 조처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 반군국주의 메시지는 많은 일본 국민에게 공명을 일으켰다. 2차대전 이후 이 나라는 ‘평화헌법’을 고수해왔다. 그 헌법의 가장 유명한 조항인 9조는 일본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수행을 포기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아베 같은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헌법 9조가 일본의 각종 조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게 하고 잠재적 침략으로부터 국토를 방위하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들은 일본이 다른 국가의 군대처럼 싸울 수 있는 정상적 군사력을 갖기를 원했다. 더 극렬한 민족주의자들은 한국, 중국, 러시아가 현재 주권을 주장하는 섬 등을 일본이 무력으로 확보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일부는 핵무기 보유까지도 이야기한다.
일본의 헌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아베는 헌법 9조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의회 다수 의석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각의 결정으로, 즉 정부 명령으로 일본의 대외정책을 바꾸고 있다. 그의 전임자들도 애호하던 수법이다. 이 엉큼한 단계적 접근법은 수년간 일본 군사력의 역할과 기능을 점차적으로 확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본은 무기 수출,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심지어 (인도적 목적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파병까지도 할 수 있었다.
최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각의 결정으로 일본은 공격받지 않더라도 일본 군대가 어느 전장에서든 동맹국의 편, 특히 미국의 편에 서서 싸울 수 있게 됐다. 만약 이 조항이 2001년 이후에 발효됐다면, 일본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실질적인 전투부대들을 파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분쟁이 터지면, 일본은 필연적으로 이에 말려들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이 그런 ‘권리’의 실행을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평화주의는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58%가 아베의 최근 개혁에 반대한다. 이 조처는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의 낡은 후텐마 미군 공군 기지를 대체하는 시설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밀고 나가는 시점에서 나왔다. 도쿄와 워싱턴의 엄청난 압력 끝에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 지사는 자신의 원래 입장을 바꾸어, 오키나와 북부의 헤노코에 그 기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주민의 약 4분의 3이 헤노코와 그 주변 해역을 미 해병대의 발진기지로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 지난 2월 헤노코가 위치한 나고시의 유권자들은 이나미네 스스무를 시장으로 다시 선출했다. 그가 재선된 부분적 이유는 기지 건설에 대한 그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다.
도쿄의 보수세력들은 자신들의 의제들을 밀어붙일 최선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귀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해양 주권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보수세력들은 이런 공포를 이용해 일본 군사력 확대를 정당화하려 한다.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처음에는 보잘것없더라도 이 지역에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해상에서 중국과 대치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분쟁 중인 독도를 놓고 한국과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더 적극적인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베의 개혁들에 고무되어 있다. 사실 아시아·태평양 귀환 정책의 핵심은 동맹국들이 이 지역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부담을 지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의 보이지 않는 군국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만약 평화헌법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도록 바꿀 수 있다면, 그 존재를 확실히 회복하도록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헌법 9조가 폐기될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믿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