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의 수학 난제 풀리다’ 같은 제목의 뉴스를 어쩌다 접할 때면, 비록 난제의 내용은 이해할 수 없다 해도 무언가 인간 지성이 나아갈 수 있는 저 끝을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하는 생각여행을 즐길 수 있다. 추상과 난해의 미로에서 명쾌한 증명을 구하려는 수학자들의 낯선 말과 생각은 때론 신기하게도 느껴진다. 지구촌의 수학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세계수학자대회(ICM)가 8월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다니, 서울에서 수학의 지성과 문화를 한껏 맛보는 기회를 얻게 됐다.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첫 대회가 열렸고, 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며 몇 차례 건너뛰어, 이번 서울 대회가 스물일곱번째다. 수학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을 영예의 수상자가 발표되고, 현대 수학이 이룬 성과와 못다 푼 난제를 나누는 학술과 대중 강연 행사가 21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대회에서 도드라지는 말은 ‘나눔’이다. “뒤늦게 출발한 이들의 꿈과 희망”을 표방한 서울 대회의 조직위원회는 선진국 중심의 지구촌 수학계에서 뒤처진 개도국의 수학자 1000명을 뽑아 대회 참석을 지원한다고 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중남미 등에서 젊은 수학자 3608명의 응모를 받고 권역별로 독자적 심사를 거쳐 이들을 선발했다고 한다. 개도국의 젊은 수학자 1000명이 참석하는 서울 대회는 이전 대회와는 뭔가 분위기가 다른 대회로 기록될 듯하다.
‘나눔’이라는 말은 국제수학연맹(IMU)에서도 서울 대회를 ‘NANUM 2014’로 익숙하게 얘기할 정도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 수학자들은 동반 프로그램으로 ‘나눔 함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수학자들의 바람대로, 한국전쟁을 거치고서 뒤늦게 출발한 한국 수학이 빠르게 성장해 이제는 늦게 출발한 다른 이들과 함께하려는 나눔, NANUM의 정신이 지구촌 수학에 어떤 울림을 남기길 기대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