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세인 버드 셀리그는 3살 때 처음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장을 찾았다. 1930년대만 해도 그의 고향, 밀워키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었다. 1953년 브레이브스가 연고지를 옮겨 오자 자동차 리스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야구단 지분을 계속 사들였다. 결국 시민 최대 주주까지 됐지만 1965년 브레이브스가 시장성을 이유로 애틀랜타로 가버리자 미련 없이 지분을 다 팔았다.
그는 이후 밀워키에 메이저리그 야구단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매달렸다. 1969년 화이트삭스 인수가 무산된 뒤 1970년 기어이 부도가 난 시애틀 파일러츠를 사들여 밀워키 브루어스로 재탄생시켰다. 당시 그의 나이, 36살이었다. 2005년까지 그는 밀워키 구단주로 재임했다.
1992년(대행기간 포함)부터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로도 활동 중이다. 양대 리그 3개 지구 확립 및 디비전 시리즈와 와일드카드, 그리고 양대 리그 교류전인 인터리그 도입이 그의 작품이다. 사치세 부과와 수익 재분배를 통해 메이저리그 전력 평준화를 이끌어냈고,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약물의 시대를 종식시켰다. 세계야구클래식(WBC)을 창설했고, 구단과 선수노조 간 갈등을 봉합시키는 노동협약 또한 이끌어냈다. 비디오 판독도 도입했다. 그의 호전적 정책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12억달러(1992년)에 그쳤던 메이저리그 총수익은 그의 집권 이후 80억달러(2013년)를 넘어섰다. 내년 1월24일, 81살의 나이로 커미셔너 자리에서 물러나는 셀리그의 후임자는 14일(한국시각) 구단주 투표로 결정된다.
셀리그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볼파크를 돌면서 선수와 팬들, 그리고 야구장 일꾼들과 만나고 있다. 밀워키 구단주 때부터 그랬다. “야구장 안 모든 사람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진짜 야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야구가 특별한지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혁신의 첫걸음은 직접 소통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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