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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성공한 오바마케어’ 겁내는 민주당 / 딘 베이커

등록 2014-10-05 18:36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정치인들은 대체로 용감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정치인들의 비겁함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후보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추진해 온 건강보험개혁법(ACA·이하 오바마케어)과 거리두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바마케어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민주당 후보자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2010년 선거 당시 공화당은 하원에서 무려 63석이나 늘렸다. 민주당이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장악했던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했다. 당시 공화당은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세와 함께 오바마케어를 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때의 경험 탓에 민주당 후보자들은 오바마케어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됐다. 오바마케어 법안은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은 단 1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법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될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야 찬성으로 돌아섰다. 2010년 선거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모두 47차례나 폐기법안을 제출하는 등 툭하면 오바마케어 흔들기에 나섰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에 대한 근거없는 우려를 키우는 데 성공한 이유가 있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개인이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이다. 주 정부 단위에서 운영하는 이 제도는 2014년이 돼서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공화당으로선 그 이전까지는 실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이 제도에 대해 무차별 공세를 퍼부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실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은 손쉽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본격 시행에 들어가 수천만명이 가입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건강보험 가입용 누리집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시행 초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차츰 가입자가 늘었다. 초기 가입 기간에 애초 목표 600만명을 크게 웃도는 800만명 이상이 가입했다.

가입자 절대다수가 ‘실버 등급’ 이상의 높은 보험료율을 선택했다. 단순히 오바마케어 미가입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최저가 요율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가입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높은 요율을 택했다는 뜻이다. 오바마케어를 통한 신규 보험 가입자와 저소득층 의료지원 제도인 메디케이드 확대를 통해, 미국 건강보험 미가입자 규모는 199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오바마케어 시행으로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2008년 경제위기 촉발 이후 의료비 상승세가 주춤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2~3%포인트 높았던 것이, 지난 5년 동안엔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양상은 오바마케어 시행과 함께 건강보험 가입자가 급증한 2014년에도 유지됐다. 올 상반기 의료비 지출액 규모는 되레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소폭 낮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케어 시행으로 이른바 ‘직장에 발목잡히기’(job lock)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잃는 게 두려워 원치 않는 직장생활을 유지하고는 했다. 하지만 2014년 들어 자발적 파트타임 노동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주간 노동시간이 35시간 이하다. 오바마케어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풀타임 노동을 해야 했다.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사례는 젊은 부모층에서 가장 도드라졌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리해보자. 오바마케어는 대단한 성공작이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됐고, 의료비용이 줄었고, 노동자들이 건강보험 걱정 때문에 원치 않는 직장생활을 유지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런 정책이라면, 정치인들이 자기 성과로 내세우려고 혈안이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자들은 어떻게든 거리두기에 급급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의 패배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싶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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