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이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풍선에 실어 북한 쪽으로 날리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가 들어 있는 유에스비(USB)와 반정부 전단지, 달러, 초코파이 등이 포함돼 있다. 어떤 단체는 5200만장의 전단지를 보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모든 북한 사람들이 한장씩 갖고도 남는 분량이다. 물론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분량이 북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 정부는 이런 행위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남한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양면적인 태도를 보인다. 2013년에는 경찰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 시도를 막기도 했으나, 정부가 이런 행위들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법률을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선을 열어놓기를 원하지만, 또한 인권 문제에 무반응하거나 반북한 성향 유권자들에게 너무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야 지도자들은 풍선 살포가 불필요한 도발적 행위라고 주장하는 데서는 드물게 의견을 같이한다. 이들 정치인의 주장이 맞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이 위협하는 것처럼 전면전을 촉발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네가지 방식으로 위협을 제기한다.
첫번째 위협은 북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풍선들은 농부가 사는 집의 지붕에 떨어질 수 있는데, 이 농부가 의도적으로 이 풍선을 거기에 놔뒀다는 의심을 당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는 어린이가 풍선을 집어들고 집으로 가져가 온 가족을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
두번째 위협은 비무장지대(DMZ) 근처에 사는 남한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하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최근 파주 거주민들이 트랙터들을 끌고 나와 대북전단 살포 활동가들의 길을 막은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세번째 위협은 남북 간 대화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풍선이 실제 남북 간 충돌을 일으키지는 않을지라도, 남북 간 협력의 희미한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 예컨대 개성공단을 생각해보자. 이곳에서 일하는 5만여명 북한 사람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이들이 다른 어떤 북한 공장에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낫다.
개성공단이 완벽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더 큰 협력을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그리고 개성에서의 교류는 심각한 처벌 위험을 동반하지 않은 채 남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박근혜 정부가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북한과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북전단 활동가들은 북한의 종말을 보는 데 조바심을 내는 만큼이나 그런 협력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네번째 위협은 남한의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 남한 정부가 표면적으로 표현의 자유처럼 보이는 것을 엄중 단속하는 것은 당혹스럽다. 남한은 1980년대 권위주의에서 벗어났고, 그 과정에서 외부 지지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그래서 이 나라가 도대체 왜 태도를 바꿔 북한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것을 부인해야 하는가? 대북전단 활동가들은 남한을 위선적인 나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차이는 북한 내부에서 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대부분은 아니지만 많은 북한 사람들이 현 지도층에 애정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남한 티브이 쇼와 초코파이를 좋아하는데, 그들 주변에 떨어지는 풍선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많은 다른 방법을 통해 이것들을 입수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평양의 봄’ 같은 것을 준비하는 대중운동이나 반정부 엘리트 그룹은 없다.
대북전단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초래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고려해야 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한계를 둬야 한다. 그들의 풍선들은 비무장지대 양쪽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남북 간 미묘한 협상을 곤란하게 만들며, 남한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에 도전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활동가들은 그들의 풍선에서 공기를 빼야 하며, 남한 시민들과 정부가 나서서 공기를 빼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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