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2014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상원 100석 가운데 이전보다 10석이나 더 가져가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상원 주도권을 확보했다. 또 하원에서 435석 가운데 적어도 244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결선이 마무리되면 249석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1920년대 이후 최대 다수 의석을 기록하게 된다.
공화당 승리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다. 우선, 전통적으로 백악관을 차지한 정당은 대체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둘째로 이번에 선거를 치른 상원 의석들은 원래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돌려 말하면 민주당이 내줄 자리가 많았다. 이에 더해 공화당 텃밭에서 오래 재임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물러나며 신진들이 자리 경쟁을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표는 젊은층과 흑인계·히스패닉계에 쏠려 있는데, 이들은 대선이 없을 때 투표 참여도가 낮다. 그에 반해 공화당의 기반인 중장년 백인들은 거의 모든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2014년 민주당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지난달 민주당이 겪은 ‘완패’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에서 원인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언론에서 부각한 대부분의 사안은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참수된 사건은 오바마를 나약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1979년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했을 때 카터 대통령이 무력하게 비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이슬람국가를 제압하는 데 기여한 것도 아니다. 이라크·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자는 의견에 대한 지지는 거의 전무하다. 그런데도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실패를 부각해 대중의 점수를 얻었다. 나아가 공화당은 선거 기간 동안 그 위협을 과장해, 이슬람국가가 캔자스 한복판을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퍼뜨렸다.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미국에서 에볼라로 숨진 사람의 총계가 1명에 불과한데, 공화당은 오바마가 미온적 대응을 했다며 장광설을 늘어놨다. 공화당은 에볼라 감염국들에 여행금지령을 내리자는 등 말도 안 되는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에볼라 감염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투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요소들 역시 민주당의 대패를 부른 원인의 일부다. 어쩌면 민주당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은 민주당이 지지자들에게 투표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한 예로, 치열했던 버지니아 상원 선거에서는 현직 민주당 의원이 근소한 차로 승리했는데, 앞서 이 지역에서 가장 치열했던 2006년 중간선거보다 투표율이 10%가량이나 줄었다. 이 기간 버지니아의 인구는 대략 8% 증가해 유권자 중 18%포인트가량이 투표를 덜 했음을 의미한다. 1920년대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에 대해 전국적으로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유권자들은 투표가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느낄 때 투표에 나선다.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변화에 대한 확신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대부분은 아직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허덕이고 있다. 실업률이 5.8%까지 하락했지만 이 수치는 노동자들이 구직자 대열에서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 취업률을 보면 아직도 경기침체 이전 취업률에 비해 4%포인트 낮다. 수십만명이 취업 자체를 포기해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그들의 직업이 안정적이라고 믿지 않고, 임금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 재임 기간의 유일한 성과인 건강보험 개혁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예상됐던 지출 증가보다 보험에 가입한 인구가 많게 나타나는 등 객관적으로 개혁이 커다란 성과였음에도 지지도는 여전히 낮게 나온다. 그 결과 민주당 후보들은 건강보험 개혁으로 수백만명에게 이미 엄청난 혜택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부각하기보다 개혁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난달 투표에 나서지 않은 것은 놀랍지 않다. 민주당이 유권자에게 자신들을 지지할 이유를 찾아주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그들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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