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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기업과 사회의 상생, 해답이 있다 / 임현진

등록 2014-11-26 18:41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오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시장기제의 확대와 국가 역할의 축소로 대체로 소득의 양극화, 실업문제, 저성장에 따른 재정부족 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사회적 경제라면, 그 중심에 사회적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취약 계층을 채용하는 등 사업 운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에 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원하는 것이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다. 문제는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12년 기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 중 16.7%만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의 창출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협동조합, 마을 기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라도 그 구성원들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구성, 공유, 발전시키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 시간, 자원까지 사회문제 해결에 투여하고자 하는 사람, 즉 ‘사회적 가치를 먹고 사는 사람’을 어떻게 늘려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힘은 그 조직을 이루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누구의 지도와 감독에 의해 사회적 기업이 운영되기보다는 기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가로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길러지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그 토양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참여, 연대, 협동, 느림, 기다림 등을 체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제안한 방식은 시사점이 크다. 그는 ‘쥐(사회문제)를 잡기에는 사자나 개보다 고양이(사회적 기업)가 더 적격’이라고 비유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SPC/Social Progress Credit)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경제적 동기 부여와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대안 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각 지역에 맞는 독특한 색깔을 내기보다 행정의 일을 대행하는 무색무취의 서비스 기관 혹은 경쟁력 없는 기업으로 전락한 바 있다. 사실상 사회적 기업의 일부는 준정부조직으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나머지 일부는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에 앞서 섣불리 시장경쟁에 노출되면서 영리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바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나선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단순한 후원이나 사업파트너를 넘어 사회책임투자로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타당한 제안이다.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사이의 유기적 연결이 중요하다. 이 세가지는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 사회적 기업이 협동조합 형태를 띨 수 있고, 지역 단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의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마을 공동체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생력, 다양성,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 그 성공의 열쇠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 차원의 복합위기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대안에 한 표를 던진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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