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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재봉의 문학으로] 신춘문예 100년과 <한겨레>

등록 2015-01-01 18:30수정 2015-08-04 00:42

최재봉 문화부 선임기자
최재봉 문화부 선임기자
한국의 신춘문예는 1915년 <매일신보>에서 시작되었다. 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는 그 전해인 1914년 12월10일치 3면 중앙에 ‘신년문예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분야는 ‘시, 문, 시조, 언문줄글, 언문풍월, 우슘거리, 가(창가), 언문편지, 단편쇼셜, 화(畵)’로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1920년부터 ‘신춘문예’라는 용어가 나타났으며, 1925년과 1928년에 각각 신춘문예를 시행하기 시작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이를 따르면서 신년 문학작품 모집 제도를 가리키는 보편 용어로 자리잡았다. 동아·조선 이후에 창간된 신문들 역시 대부분 신춘문예를 도입했고, 그 결과 발상지 일본에서도 오래전 자취를 감춘 이 제도는 한국 문학에만 고유한 특성이 되었다.

올해로 시행 100년을 맞은 신춘문예의 공과에 대해서는 이미 적잖은 보고가 나와 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신춘문예로 한 해를 열면서 문학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계기가 된다든가, 당선작과 심사평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는 등은 신춘문예의 긍정적 구실로 꼽힌다. 반대로, 이미 많은 문학잡지들이 신인 발굴 제도를 두고 있는 터에 신문이 여전히 등단 창구 노릇을 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 잡지가 등용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지면을 제공할 수 있는 데 비해 신문은 등단 이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이른바 ‘신춘문예용’ 작품을 양산함으로써 문학의 진정한 창조성과 혁신을 오히려 가로막는다는 등의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가 1988년 창간 이후 신춘문예를 실시하지 않은 까닭은 이 제도의 그늘이 긍정적 측면에 못지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미 많은 신문이 신춘문예를 시행하고 있는 터에 <한겨레>가 ‘우리도’ 식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문학 담당 기자로 문인과 독자를 만나 온 실감으로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한겨레>가 신춘문예를 두지 않는 까닭을 궁금해하며 방침을 재고할 수는 없는지 문의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문학이 현실의 긴급하고 절박한 문제를 외면한다는 느낌이 들 때면 ‘한겨레적 신춘문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국문학자 이재복 한양대 교수는 <현대문학의 흐름과 전망>(2004)이라는 책에서 초기 한국 문단에서 신춘문예 제도가 정착하게 된 배경으로 “신문사 자체의 이데올로기를 널리 보급하려는 저널리즘의 대중화 전략”을 들었다. “매일신보는 일본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1920년대) 동아·조선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신춘문예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겨레식 신춘문예’를 고민해 달라는 주문은 이런 맥락에서 제기돼 왔다.

<한겨레21>이 주관하는 손바닥문학상을 심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겨레 색깔 신춘문예’의 가능성과 필요성은 두루 고무적이다.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조금 적은, 원고지 70장 안팎 작품을 대상으로 삼는 이 상의 응모작들은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 당선작들에 비해 현실에 대한 관심과 참여적 경향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물론 그런 지향성만으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언어예술로서 완성도가 따라야 하겠지만, 한겨레신문사가 시행하는 문학상 응모작들이 모종의 공통성을 지닌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젊은 매체 <한겨레>가 시와 소설 등 전통 장르만이 아니라 만화와 시나리오, 영화평론 같은 분야를 더하고,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한겨레문학상을 여기에 결합시키면 또 다른 상승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신춘문예 100년의 해를 맞아 한겨레적 신춘문예의 가능성을 꿈꾸어 본다.

최재봉 문화부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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