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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토토가, 샤오미, 100만 액션리더 / 이봉현

등록 2015-01-25 18:44

“그거 구름 같은 얘기 하는 것 아니에요 지금? 추리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곧 있을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맞받아쳤다.

<한겨레>는 지난주 엠비 정권의 자원외교를 파헤치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4명의 기자가 석 달간 취재해 신문 전면만 14개를 할애한 공들인 기획이었다. 정치인, 공기업, 국내외 브로커들이 얽혀 나랏돈 수조원을 날리는 전말이 잘 드러났다. 하지만 자원개발 사업이 워낙 복잡한데다 정권 핵심부에서 비밀스럽게 한 일들이어서 적지 않은 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여전히 ‘추리’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탐사보도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일반인들이 어렵고 긴 기사에 관심을 갖도록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100만 액션리더 프로젝트’라 이름을 붙였는데 독자들을 기사의 유통과 생산에 참여시키려는 것이었다. 취재진은 페이스북에 ‘MB 자원외교 탐사보도’ 페이지를 개설하고 ‘행동하는 독자’ 모집에 나섰다. ‘액션 리더’들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등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기사를 퍼뜨리고, 제보나 질문을 통해 뉴스 제작에도 참여한다. 25일 현재 참여한 독자는 10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실망할 일은 전혀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로 촘촘히 네트워크화한 시민의 힘이 분출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추리’를 하더라도 100만명이 함께하면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리란 믿음은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다. 독자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오픈저널리즘’은 외국에서도 활발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09년 하원 의원들이 활동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내역을 독자와 함께 검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디언이 의원들의 비용 청구서 46만건을 스캔해 웹사이트에 올리자 전국에서 2만7천여명이 나서 의원이 개인적인 파티를 벌이고 청구한 영수증 등 22만5천여건의 문제를 찾아냈다.

디지털 기술로 정보의 생성과 유통 구조가 달라지면서 어떤 일을 해도 과정과 참여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90년대의 가요 스타를 불러내 화제가 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도 이런 문법에 충실해 성공한 경우다. 지난달 말 녹화된 공연은 열광적인 무대였는데, 만들어가는 과정을 미리 시청자에게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어올렸다. 유재석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제주도로 찾아갔고 이효리는 밭일을 하던 차림 그대로 노래방으로 떠밀려갔다. 스타가 자신의 곡을 부르고도 커트라인인 95점을 못 넘겨 진땀을 빼는 장면은 아슬아슬했다. 온라인 신청을 한 7만5천여명 중에서 뽑힌 방청객에게는 넓은 바지,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등 90년대 복고풍을 하고 올 것을 주문했다. 이들이 당일 시종 일어나 무대와 함께 열기를 발산한 이유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1위에 오른 샤오미는 애플을 따라하는 짝퉁 기업만은 아니다. 제품이 아니라 ‘참여감’을 판다고 할 정도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사업에 잘 활용하는 업체다. 주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제품을 판매하는데 수백만이 접속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사고 이 과정에서 입소문이 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의 결함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샤오미는 이를 즉각 반영한다. 실험실에서 연구해 어느 날 짠 하고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와 상호작용하는 ‘개방형 혁신’인 것이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볼 때 정책의 설계도 과정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복지가 좋은지, 그러려면 누구부터 어떻게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차근차근 경험하고 효능감을 느끼도록 해야 증세와 복지가 비로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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