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1990년대 후반,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의 경기변동에서 미국은 세계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이었다. 이 두 경우, 달러 강세를 동반한 미국의 경제성장은 무역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지역의 수요를 부추겼다.
많은 사람들은 상당히 빠른 일자리 증가와 함께 2014년 국내총생산 증가가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주요 통화들에 견줘 달러 가치도 동시에 급등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다시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 보는 견해의 근거는 빈약하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의 성장 호전이 환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14년 2·3·4분기에는 연율로 상당히 높은 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1분기에 연율로 -2.1%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한다. 그다음 세 분기 동안의 높은 성장은 대부분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을 만회한 것이다.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주로 악천후와 돌발 변수들에 기인했다.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이, 경제가 정상 추세로 돌아오면서 높은 성장률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는 4분기 성장률이 2.6%에 그쳐 네 분기 평균 성장률을 2.5%로 끌어내린 데에서 잘 드러난다. 이 수치는 2013년 3.1%보다 낮다. 더욱이 4분기에 수요 증가는 겨우 1.8%에 그쳤고, 재고물량이 성장률에 0.8%포인트 기여했다.
2015년을 보더라도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자본재 주문의 취약은 최근 통계로도 드러났다. 4분기에 소비가 늘었지만 석유값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자동차 구매 증가에 기인한다. 자동차 구매가 침체 전 수준보다 높지만 더 높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 건설은 주택 거품의 붕괴로부터 서서히 회복될 운명처럼 보인다. 정부 부문은 완만히 확장되겠지만, 긴축의 정치가 정부 지출을 제약하는 한 성장의 주요 요소가 될 수 없다.
이전의 두 차례와 달리 성장의 동인이 될 자산 거품도 없다. 1990년대의 주식 거품은 10조달러 이상의 덧없는 부를 만들어냈다. 당시 국내총생산 규모와 비슷할 정도였다. 주택 거품은 지난 10년 동안 8조달러의 부를 만들어냈다. 이런 거품들은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고,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것 같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주식이나 주택 거품과 견줄 만한 소비와 투자의 붐이 있을 것임을 뜻한다.
거품이 창출하는 수요가 없으면 세계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미국의 수요에는 제약이 있다. 달러 가치 상승세가 반전되지 않는다면 점점 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 적자는 2015년이나 그 이후 미국의 성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또 종종 간과하고 있는 대목은 미국 경제의 규모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및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고속성장에 기인한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측정한 중국 경제는 미국보다 더 규모가 크다. 즉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값에 팔린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더 크다는 뜻이다.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에 견줘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는 1994년 미국의 8.0%, 2004년 15.8%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9.5%에 이르렀다. 중국 경제의 7%대 성장과 4~5%대 성장의 차이는 미국 경제의 3%대 성장과 2%대 성장의 차이보다 다른 나라들한테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요컨대 세계 경제를 구원할 미국의 붐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스스로 경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대개는 재정 적자 증가와 저금리 정책일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이 수요를 공급할 수 없을 것이다.
긴축정책에 대한 믿음이 세계 많은 나라의 정책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은 유감스럽다. 여러 나라 정부는 기반시설, 교육,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그 결과 성장률은 낮아지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긴축정책은 미국이 수출국들의 주요 시장이던 시기에도 좋지 않은 정책이었지만,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정말로 나쁜 정책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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