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그런 장수의 꿈을 담아 실험실의 기초연구에서도 노화와 장수는 중요한 주제로 자리잡았다. 면역, 근육, 인지, 대사 기능은 어떻게 노화하는지 밝히고 노화를 늦춰 수명 연장의 길을 모색하는 게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걸 연구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이런 물음을 담은 연구 결과가 최근 학술지(goo.gl/LXagkf)에 발표됐다. 이제 실험실에서도 단지 수명 연장에 주목할 게 아니라 건강한 삶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작디작은 실험용 벌레를 다룬 연구이니 그 결과를 사람한테 바로 적용할 순 없지만, 단순한 조건에서 극적 효과를 확인하는 데 안성맞춤인 작은 동물 실험의 결과이니 그런 한계 안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연구진은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를 조작해 야생의 꼬마선충보다 오래 사는 장수 꼬마선충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장수 꼬마선충의 노년기까지 추적하며 건강 검진을 했다. 잘 움직이는지, 스트레스에 잘 반응하는지, 즉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측정했다.
장수 꼬마선충은 야생 꼬마선충보다 더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산 날도 많았지만 또한 건강을 잃은 채 산 날도 훨씬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장수 유전자를 노년기까지 추적하지 못했던 기존 연구의 빈틈을 보여준다고 한다. 꼬마선충의 노년기는 수명 연장이 곧바로 건강한 수명 연장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수와 건강이 늘 짝을 이루진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주면서, 그저 수명의 연장만이 아니라 건강한 수명 연장도 연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수명은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그것만으로 건강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삶의 양이냐 질이냐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음은 작은 벌레의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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