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란 핵 협상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유럽 파트너들은 이란의 핵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려 하고 있다.
이 협상이 성공한다면 이는 핵 확산이라는 특정 이슈를 넘어서는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 합의를 양자 관계 정상화의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미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비공식적 협력을 하고 있는 두 나라의 역내 협력을 확대하고, 이란이 국제사회에 재진입할 길을 열 것이다.
이런 선순환 외교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미국 의회다. 의회 강경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미 의회 합동연설에 초청해 핵 협상 반대 논리를 펴게 했다. 최근에는 47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란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언제든 이 합의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제네바 합의’ 협상을 했던 1994년 여름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비확산조약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위기를 모면케 했다. 당시 2개의 경수로 원자로와 중유 제공, 그리고 정치·경제 관계정상화 추진 약속을 대가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동결시켰다. 이 합의는 임박한 전쟁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임을 약속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마지못해 끌려 들어갔을지라도, 그는 의회가 경수로 건설과 중유 제공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승인하도록 압박하는 등 많은 것을 투자했다. 그러나 의회 강경파들은 이 합의 전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1994년 가을 중간선거철이 왔다.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시절 집권한 클린턴은 이 선거에서 대패했다. 이것은 엄청난 정치적 역전이었다.
이 선거는 사실상 제네바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었다. 이후 8년간 의회는 이 합의에 말뿐만 아니라 예산 책정에서도 상당한 저항을 했다. 우선 미 행정부가 중유를 보내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힘겹게 만들었고, 종종 중유 제공이 지연돼 북한을 화나게 했다. 또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삭감해 이 프로젝트가 거대한 구덩이를 파는 것 이상으로 진전되지 못하게 했다.
북-미, 그리고 미 행정부-의회 간에 불신이 쌓여가면서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라는 더 큰 목표는 잊혀졌다. 북한 쪽에선 우라늄 농축이라는 제2의 길을 통해 핵무기를 획득하고자 비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경수로 건설 전에 붕괴할 것이라고 유력 의원들을 은밀히 안심시키면서 의회를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으나 제네바합의는 붕괴됐다.
이런 엉망이 돼버린 화해의 역사가 이란에서 반복될까? 의회는 이번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란과의 합의를 훼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고 있다. 2014년 의회 지형 변화는 제네바합의 때처럼 이란과의 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 수 있다.
다행히, 두 합의에는 여러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네바합의의 성공은 경수로 건설에 달려 있었는데, 이것은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의회가 상대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란과의 합의는 경제제재 해제를 대가로 제공하는데, 의회는 여러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 유엔과 유럽 국가들이 각자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이란은 북한보다 다양한 정치적 세력이 존재한다. 제네바합의가 북한 내 개혁파들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반면에 이란에선 핵 합의가 이 나라의 자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미국과의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미는 1994년에 전쟁보다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 외에는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이란과 미국은 모두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바라며, 두 나라 간 상업적 이해관계도 상당하다.
제재와 개혁, 지정학적·경제적 이해 등 실용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이란과의 핵 협상은 제네바합의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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