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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절박한 최저임금 1만원 / 김기홍

등록 2015-03-23 18:47

시애틀은 미국 안에서도 진보적인 도시로 유명하다. 물론 시애틀 시가 가진 이 진보성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 안에서 가장 혹독한 노동탄압으로 기록될,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던 ‘에버렛 노동운동 탄압’이라든지, 동서 횡단 철도 공사를 마친 중국인 ‘쿨리들’에 대한 추방 작전과 이에 저항한 중국인들에 대한 잔혹한 진압, 그리고 이를 이겨내고 미국에 거주할 권리를 얻어낸 쿨리 노동자들의 저항 등 피로 얼룩진 역사를 쓴 끝에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시애틀 시가 적어도 미국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시의회가 조례를 통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정하고 올해 4월 적용하게 된다. 물론 조례가 통과된 데엔 주민들의 자각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껏 효율성, 이윤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만 생각했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자각, 아마 이것이 없었다면 최저임금 인상 조례는 통과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학생들의 경우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벌려면 최저시급으로 1792시간을 일해야 한다. 1년 내내 밥도 안 먹고 교통비도 안 쓰고 죽어라 벌어야 등록금을 댈 수 있다. 특히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 재난·사고 피해자 등에게 돈을 지급할 때 그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법률이 14개나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현재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약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을 강제하며 일자리라고 나눠주면서 결혼을 하라고 하고 애를 낳으라고 권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인 국가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을 부당한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허용 가능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한 사회보장제도이며, 사회 양극화 해소와 노동 약자를 위한 사회보장 정책이다. 즉 그 나라의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대비 얼마로 정해졌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 의식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시금석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 국민소득 4만달러의 대한민국 경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1월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기자회견에서 밝힌 포부다. 4만달러면 현재 환율로 연 4360만원, 월 소득 기준으로는 363만원가량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 월 116만원 남짓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무려 209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1.4%에 달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500만명에 육박한다. 오이시디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런 임금 수준으로 어떻게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6월29일 결정된다. 노동당을 비롯하여 노동 및 시민단체 등은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 수준인 1만원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김기홍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기홍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국제노동기구(ILO)와 오이시디는 “최저임금 제도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며 저임금 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자들의 경제단체라는 다보스포럼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상위 1%가 나머지 99%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는 ‘부의 불평등’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권한 증대, 공공부문 투자 확대, 부패 근절 등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최저임금 1만원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그만큼 절박한 요구다.

김기홍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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