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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박종철, 박종운, 박상옥 / 권태호

등록 2015-03-29 18:30

● 1964년생,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 입학, 1987년 1월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박종운 소재를 추궁당하다 사망.

● 1961년생, 1981년 서울대 사회학과 입학, 1987년 1월8일 수배 중 박종철 자취방에서 묵음, 1991년 박종철기념사업회 운영위원, 2000년 한나라당 입당, 부천시 오정구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3번 출마.

● 1956년생, 1975년 서울대 법대 입학, 1978년 사법시험 합격,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 2015년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의 지나온 삶이다. 1988년 12월21일, 박종철 아버지 박정기씨는 한겨레신문사 주선으로 한겨레 편집국에서 박종운을 만난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철이를 대신하겠습니다.” 1997년 박정기씨는 <철아,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는 책에서 “박종운 같은 사람이 좀 더 이 사회에 많았으면 하는 욕심을 부린다. 주위에 이러한 착한 젊은이들이 있다고 자부하고 보면 내가 부자구나 하는 마음에 늘 자랑을 한다”고 했다.

“쌍용차 굴뚝농성, 파업이 아니라 점거파괴 범죄”, “정윤회 게이트, 쥐 잡자고 달려드는 구제불능 새민련”, “3·1절엔 독립운동 뿌리 이승만 독립정신 읽자”, 인터넷매체 <미디어펜> 논설위원 박종운이 최근 쓴 칼럼 제목이다.

박상옥은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재학 중 사시에 합격했다.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3년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면서 내린 평에는 “선비처럼 온화하면서도 매사에 치밀하고 필요할 때는 단호히 원칙을 고수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성품과 부정부패 척결 등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엄정한 법집행과 이를 통한 국민권익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의 귀감이 됐다”고 ‘한다’.

박상옥은 국회 제출 임명동의안에 박종철 수사 경력은 안 담았다. 야당 추궁에 “수사팀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당시 검찰은 고문 경관 2명으로부터 “고문치사 범인이 3명 더 있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를 뒤엎은 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였다. 2차 수사를 벌였지만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범인 축소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전혀 없다”고 무혐의 처리를 했다. 박상옥은 1, 2차 수사에 모두 참여했다. 강 본부장은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거기에 박상옥은 없었다.

막내 검사 박상옥의 행동을 추정하면, ①그냥, 선배 하는 대로 따랐다 ②고뇌했지만, 따랐다 ③최선 다했지만, 못 밝혀냈다. 그는 ③번이라 한다. 나는 ①번 같다. 1987년에 ②, ③번으로 행동한 이라면 2015년 그 일이 다시 문제가 될 때, ‘그래도 대법관 하겠다’고 저러진 않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 말이다. “(사건) 당시 주임검사 신창언은 1994년 여야 표결서 압도적 찬성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14년 경력 강신욱 검사도 2000년 여야 표결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8년 경력 안상수 검사는 한나라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그러니) 2년 갓 넘긴 말단검사 박상옥의 대법관 임용에 딴죽을 거는 건 이치상 말이 안 된다.”

권태호 정치부장
권태호 정치부장
어제의 ‘호구’가 오늘의 ‘진상’을 만들었다.

박상옥이 모멸을 감수하면서도 대법관 되려는 게 혹 연수입 10억원의 대법관 전관예우 때문인가? ‘어제 박상옥’은 박종철 수사에 항거하지 않았고, ‘오늘 박상옥’은 대법관 임명에 사퇴하지 않고, ‘내일 박상옥’은 전관예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법조에선 이래야 선후배·동료의 귀감이 되나 보다. 청문회는 4월7일이다.

권태호 정치부장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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