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원전사태 4년을 맞은 지난 11일,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원전 필요없다! 생명의 모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피난민들의 가설주택생활과 건강 문제, 방사능 오염 쓰레기의 소각 문제, 전국적인 원전 재가동 반대 주민운동의 현황 등 다양한 보고가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원전 필요없다! 후쿠시마의 여성들’ 소속의 사토 쇼코가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1F·이하 제1원전) 피폭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은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12년 5월부터 2014년 9월 사이에 모두 5번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몇 가지 주요 항목의 개괄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폭노동과 고용보장 측면이다. 5회째(2014년 9월) 설문 결과를 보면, 제1원전 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의 노동에 불안(69.1%)을 느끼고 있고, 그 이유로 가족에 대한 피폭의 영향(87.7%)과 피폭량의 증가에 따른 해고(10%)를 거론했다. 2014년 9월 말까지 제1원전에서 일한 3만8454명 중 3.5년간 피폭량 20mSv 초과 7726명(5mSv×연수는 백혈병 산재인정 기준), 50mSv 초과 2071명(다발성 골수종 산재인정 기준), 100mSv 초과 174명(위암, 식도암, 폐암 등 산재인정 기준)이었다. 또한 2014년 8~9월 한달간 20mSv를 초과한 노동자는 140명이며 도쿄전력 직원 1인을 제외한 전원이 하청업체의 파견노동자였다.
이는 파견노동자들이 단기간에 고선량의 피폭에 노출당하고 있으며, 이후 기준을 초과하면 해고하는 형태의 ‘일회용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제1원전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방사능 현황과 자신의 피폭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적인 고용안정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각자에게 건강수첩을 교부해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체계적인 인원배치 계획이 요구되고 있다.
둘째, 임금지급 현황이다. 2회(2012년 10월) 설문 결과를 보면, 제1원전 노동자 3186명 중 1533명(48.1%)이 원전사태 이전과 비교해서 임금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25.5%만이 늘었다고 답했다. ‘현재 임금에 제1원전에서의 작업이 특별수당으로 가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산되어 있지 않다(32.1%), 잘 모르겠다(47%)로 답변해, 도쿄전력과 원청 파견회사 사이의 거래 관계가 공개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설문조사도, 특별수당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53.2%), 실제 증가했다(32%)고 답한 이는 많지 않았다. 체르노빌은 국가가 원전노동자들의 주택과 임금을 직접 담당한 것에 비해 후쿠시마의 경우 인력 파견회사가 고용주가 됨으로써 제1원전 현장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노동환경 측면이다. 작업환경에 대해 제1원전 노동자들은 ‘파편의 산란, 추락 및 낙하물에 대한 불안’(1회 설문), ‘노동시간이 길다(휴식시간이 없음)’(4회), ‘현장에서의 사고와 부상의 불안’(5회)을 계속 거론했다. 2014년 제1원전에서 발생한 산재는 약 40건으로 전년에 견줘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19일에도 오염수 저장탱크에 파견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으나, 희생자가 낙하방지용 허리띠를 착용한 흔적이 없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에서 산재사고가 증가한 것은 ‘작업원의 절대수가 증가하여 개개인에게 안전수칙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2013년까지 제1원전의 1일 평균 작업종사자가 약 3천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4년도에는 오염수 대책을 위한 토목공사가 본격화하면서 평균 6천명이 현장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제1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현지 고용이 약 50%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감 또는 일자리를 찾아서 다시 후쿠시마 원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파견노동자들처럼 불공정한 임금과 부족한 정보 제공에 의해 또다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제1원전 피폭노동자들의 절규가 어디 후쿠시마뿐이겠는가. 한국도 23곳의 후쿠시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는 비정규직 피폭노동자들의 절규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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