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프리즘 조합원들이 지난 1월21일 낮 12시30분부터 서울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앞에서 ‘계약 종료 철회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지난 5월1일은 올해로 125주년을 맞은 세계노동절이다. 보통 이런 큰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투쟁사업장에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과 억울함을 알리고 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구호를 외친다. 그 중 ‘오늘은 세계노동절, 해고 D-14’라는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지? 노동절인 오늘이 해고 14일 전이라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마인드프리즘 노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순간 치유, 와락, 쌍용차해고자, 내마음 보고서, 정혜신, 김범수 등 연관 단어 몇 개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리 조합해봐도 ‘해고 D-14’와 어울리는 단어들은 아닌데. 도대체 이 단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리저리 현황을 파악해보니 몇 가지 사실들이 꼭지로 잡혔다. 2013년 6월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정혜신 박사가 치유 재단을 설립해 ‘천만 힐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 그리고 2014년 5월 정혜신 박사의 안산행 및 전격 퇴사 발표, 이 발표 직후부터 추진된 구조조정과 내부 반발 그리고 8명의 퇴사. 연말 노동조합 설립과 올해 초 계약직 조합원 2인 해고 그리고 1인 시위. 이와 관련 갈등이 증폭되던 올 2월 정혜신 박사와 김범수 의장의 전격 개입이 있었고, 이 때 주식 배분과 함께 제안된 회생안. 이후 2월말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망라한 전직원의 동의로 작성된 회생안 제출 등이 주요 과정으로 잡혔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까지를 1부로 해보자.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1부는 그나마 희망이 내포된 과정이었다. 만일 지난 2월27일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이 합심해 만들어낸 회생안이 실행되었다면 두 사람의 적절한 개입으로 마인드프리즘의 아름다운 재탄생이 회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1부에 이은 2부 과정을 들여다보면 속도감 있게 진행된 치열한 노조 파괴 과정이 단연 돋보임을 알 수 있다. 그 행태는 예사롭지 않았다. 일종의 ‘증오 범죄’와 마주한 섬짓한 느낌이랄까?
지난 2월27일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합심해 만든 만장일치 회생안이 불과 6일만에 숫적으로 다수인 비조합원들에 의해 전격 부정되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노조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담백한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본인들이 함께 만들고 동의한 회생안을 부정하고 회사를 쪼개자는 주장이 나오더니 며칠 지나 회사를 쪼갤 것도 없이 아예 폐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급선회하며 회생지원안도 거부하고 만다. 전광석화가 따로 없는 기막힌 속도전이다.
보통 위장 폐업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데 마인드프리즘의 경우 회사를 쪼개자는 안이 살짝 등장했다가 폐업으로 치닫는다는 점이 다소 특이하다. 하지만 더 주목할만한 것은 주식이 배분되었다는 이유로 졸지에 사측이 사라지면서 비조합원인 직원들이 폐업을 발의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얼핏보면 ‘노노 갈등’으로 비치게 된다는 점이다.
숨고 싶은 ‘사측’이 있다면 정말 완전범죄에 가까운 과정이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진지하게 연구해볼만한 신종 노조 파괴 과정이다.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사측이 가려진 상태에서 세 명의 조합원이 퇴사하고 직원 모두 해고 예고장을 받았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노조 파괴라 할 수 있다. 이러니 남은 조합원들이 ‘진짜! 진짜 사장 나와라’며 울분을 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이 그 본질을 규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이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며 회생안에 나란히 서명한지 6일만에 갑자기 조합원들이 불구대천의 원수로 둔갑했다는 것도 그리 설득력이 없는데, 거기에다 조합원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단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 하루바삐 서둘러 폐업하며 자기 밥그릇까지 후다닥 내동댕이쳤다? 노동 활동가로서 나름 적지 않은 노동 탄압 사례를 보아왔던 나로서도 단지 노조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후다닥 집단 자해 행위까지 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5일 오후 마인드프리즘 조합원들이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회사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으로 이어질 마인드프리즘 스토리 3부에서는 증오에 가득차 있는 ‘진짜 사장’의 정체와 그 민낯을 확인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마음 바꿔 폐업을 철회하고 관련자 모두 ‘치유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여 마인드프리즘의 ‘진짜 회생’을 도모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간이 없다. 오늘은 7일이고, 벌써 해고 D-8이다.
* 이 글은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의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정혜신 박사와 김범수 의장, 마인드프리즘 비조합원들의 반론이 있으면, 한겨레는 그 글도 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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