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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일그러진 인센티브 ‘의약품 특허’ / 딘 베이커

등록 2015-05-10 19:00

신약에 특허를 부여하는 근본적 이유는 기업들이 새롭고 더 나은 약을 연구하는 데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제약회사들에 일정 기간 독점을 허용해 그들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연구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는 특허 보호의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학자가 알다시피, 정부의 어떤 개입은 예상밖의 결과를 낳는다. 특허 독점은 제약회사가 자유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의약품을 팔 수 있게 했다. 이는 특히 의료보험 때문에 자유시장 가격보다 수천 퍼센트 이상 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의약품에 해당된다. C형 간염 약물 소발디는 미국에서 3개월 치료분이 8만4000달러다. 하지만 상표가 붙지 않은 일반 버전은 인도에서 1000달러 이하에도 구할 수 있다.

특허 약품의 판매가격과 약품 제조업체의 생산비용 간의 엄청난 차이는 약품의 판매를 촉진하는 인센티브가 된다. 이는 식품의약 당국이나 다른 규제기관들이 승인하지 않은 약품의 사용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약품이 주장하는 것보다 효능이 적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를 은폐하려는 인센티브도 있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이는 제약회사들이 특허 독점에 따른 거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환자의 건강에 해로운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증가한 사망자 수와 사망률의 측면에서 비용을 이해하기 위해, 라비 카타리와 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약품의 효능을 잘못 표시해 소송에서 지거나 합의에 이른 5건의 사례와 관련된 비용을 계산해봤다. 5가지 약물의 부적절한 마케팅과 관련해 증가한 사망자 수와 사망률에 따른 비용은 1994~2008년 3820억달러에 달했는데, 연간 270억달러를 웃돈 수치다. 제약회사들이 이 기간 동안 연구에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거의 같은 금액이다. 부정확한 마케팅 등에 따른 피해가 같은 기간 동안 제약회사에 의해 수행된 모든 연구의 가치와 맞먹는 것이다. 이 5개 사건에서 회사의 혐의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연구 결과를 잘못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가 불가피한 실수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적인 행동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계산은 매우 부정확하지만, 특허 독점이 제약회사에 제공한 일그러진 인센티브의 결과로 사회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5가지 약품은 특히나 어처구니없는 사례였기 때문에 선택됐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자사 제품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 대해 대중을 오도했다는 증거가 있는 사례들은 수십건이나 있다.

특허 독점은 제약회사가 치료법이 없는 질병의 치료약보다는 오히려 복제약을 개발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연구의 진전을 방해하는 비밀주의를 부추긴다. 독점에 따른 비싼 약값은 환자든 보험회사든 정부든 간에 청구서를 받아든 누구에게든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소발디의 경우, 보험회사와 정부가 C형 간염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8만4000달러를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환자들만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지 하는 난제가 있다. 900달러 일반의약품의 경우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경감될 것이다.

연구자금 지원에는 다른 대안이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정부가 효능 있는 의약품의 특허를 구입한 다음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게 하는 보상 시스템을 제안했다. 또 하나의 방안으로는 정부를 통해 직접 연구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을 통해 생물의학연구에 매년 300억달러 이상을 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TPP)은 더 강하게 특허를 보호하고 기간도 길게 하려는 것이어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하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제약회사들이 연구 결과를 은폐하거나 잘못 설명함에 따라 피해를 입을 환자들이 더 많아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우리의 보고서는 제약회사에 제공하는 왜곡된 인센티브 때문에 특허가, 연구를 지원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제약사가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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