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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사드의 광기 / 존 페퍼

등록 2015-05-17 18:59수정 2015-05-17 18:59

매년 봄이 되면 펜타곤(미국 국방부)은 미 의회에 깡통을 들고 와 예산을 구걸한다. 이달 초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당혹스러워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미국이 잠재적 적국들의 군비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는데도 왜 펜타곤이 그렇게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지 설득하려 했다.

강경파에 속하는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탑재 가능한 신형 크루즈 미사일에 18억달러를 요청하는 것을 듣고 멈칫했다. 그녀의 당혹스러움은 이해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기 때 핵 군축을 받아들인 첫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펜타곤은 계속해서 더 많은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다.

뎀프시 의장은 파인스타인 의원의 질문에 이 미사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방공망이 전세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우리의 핵 억지력으로 (적의) 방공망을 관통하는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미국 공격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펜타곤조차도 다른 나라의 방공망, 즉 미사일방어(MD)가 미사일 공격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뎀프시 의장은 중국의 카운터파트(인민해방군 총참모장)가 똑같은 논지를 펴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뎀프시 의장보다 더 강한 논지를 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핵무기는 물론 탄도미사일이 훨씬 적다. 그리고 미국은 미사일방어의 주도적인 주창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이 동북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것에 중국이 당혹스러워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강력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 중국을 공격해도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 이슈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실제 작동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미국이 사드가 성공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중국에 공세적으로 행동하는 데 제약을 덜 느낄 것이다.

냉전 시기, 무기통제 전문가들은 미사일방어 경쟁이 무기 경쟁만큼 나쁘다는 걸 알았다. 미국과 소련이 당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기지에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면, 두 나라는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한 미사일 지출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현명하게도 두 나라는 1972년 미사일방어망을 서로 한곳씩만 구축하기로 제한하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 제한 조약(ABM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미국은 2002년 이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제 다시 미사일방어라는 요정이 병에서 나왔다. 많은 강대국들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조차도 사드와 유사한 체계를 개발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사드의 목표 대상은 중국이 아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역량은 확실히 골치를 아프게 한다.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은 이를 완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릴지라도 북한이 억지력 강화를 위해 몇개의 핵폭탄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해결 방안은 서로 마주앉아 이를 제한하기 위한 협상을 하는 것이다. 사드의 옹호자들조차도 외교적으로 비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억지력 훼손을 우려해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문제는 북한이 중국의 말을 거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사드는 어느 나라가 배치 비용을 부담하든 간에 돈의 낭비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걸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다. 사드는 중국과 북한이 사드를 압도하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도록 압박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미사일방어에 대응하고자 미사일 개량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드 제조회사인 록히드마틴이 동북아 안보 정치를 결정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동북아 안보 불안의 원인과 증상을 다루기 위해 외교관들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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