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북핵 문제 변두리화’와 ‘미국의 큰 그림’ / 진징이

등록 2015-05-31 18:54

최근 들어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갈등, 남중국해에서의 중-미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변두리화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의 연선(沿線) 국가 64개국에 남·북한이 없고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에 밀린다는 등 이래저래 한반도 문제 자체가 외곽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북핵 문제의 변두리화는 훨씬 앞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6자 회담은 4년 열리고 8년째 문을 닫고 있다. 오바마 1기와 2기에 북핵 문제는 인내정책에 파묻혔다. 북핵 위협은 도깨비처럼 커져간다지만 대안이라고는 제재와 압력뿐이다. 단순히 순위가 밀려서일까, 아니면 북핵 게임의 전략적 목적이 달성돼서일까?

자의든 타의든 북핵은 북·미의 합작품이다. 서로 북핵을 이용하며 오늘의 동북아를 만들어 왔다. 그 결과 동북아 국제정치는 비교적 ‘안정’된 갈등의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내의 중-미, 북-미, 중-일, 남-북, 중-북 갈등 모두 당분간 개선될 조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더 큰 갈등으로 치달을 것 같지도 않다.

누구한테 유리한 상태일까. 중국과 한국이 원하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은 어떨까? 어찌 됐든 미국은 한국과 중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던져놓곤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은 이젠 굳이 북핵을 빌미로 하지 않아도 미국의 비호 아래 자위권 행사와 보통국가 실현을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에만 북핵 문제 해결의 부담을 떠넘긴, 지금과 같은 북핵 문제 변두리화가 유리하지 않을까? 중-미 갈등이 한반도에서 너무 일찍 부딪치면 갈등은 한방에 종말을 고할 수 있다. 한반도를 갈등의 진원지로 남겨놓고 다른 장에서 게임을 벌이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남중국해에서 중-미 무력 충돌설이 돈다. 이제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면 중-미 갈등도 그에 따라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북핵 변두리화가 북한에는 유리할까? 북한은 지난 20여년 북핵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변두리화’를 막았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에 동력을 부여한 지정학적 요소를 ‘명당’이라고 한다. 조용한 변두리화를 원할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략적 가치를 높이려고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선언한다. 그러나 이젠 지루해서인지, 아니면 북한을 양치기 소년으로 봐서인지 효과는 별로인 것 같다.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논리에 대해 ‘청맹과니들의 허튼소리’라고 한다. 북핵의 초심이 ‘안전보장’이었다면 이젠 지정학적 ‘명당자리’에서 북핵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북한의 ‘변두리화 탈피 이벤트’가 이 지역에 적당한 긴장이 필요한 미국의 바람과 전략적으로 맞물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가 변두리화된다는 것은 대국들의 전략이 한반도를 어느 정도 떠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약화하고 다른 한 가치인 ‘지경학’(地經學) 요소가 부각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압력이 완화되고 남북 경제협력에 새로운 시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작금의 ‘변두리화’는 미국이 원하는 소강상태이지 지정학적 요소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가 봐도 역내 중-미, 북-미, 남-북, 중-일, 한-일 갈등들이 지정학적으로 고착화돼가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북핵 문제 변두리화와 시공간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음미해볼 만하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가 변두리화하는 것은 ‘북핵’의 위협이 가장 큰 위협이 아니라는 모순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된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북핵’이 미국의 전략에 편입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북한은 핵을 보유하면 ‘명당자리’에서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도 미국 전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이유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