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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표절 총장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 임호일

등록 2015-06-11 18:35수정 2015-06-11 21:09

우리나라의 대표적 불교종립대학 동국대가 오랜 내홍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작금에 이르러 내홍이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간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총동창회까지 나서서 극구 반대해온 보광 스님의 총장 임명을 이사회가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한보광 교수님의 총장 임명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교수님의 논문들 상당수가 표절이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아시다시피 그간 교수들이 장기간에 걸쳐 단식농성을 한 바 있고,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15미터 높이의 조명탑에서 45일간 고공농성을 벌였으며, 일부 교수들은 표절 총장 반대 천막강의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등록거부 결의 서명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이에 동참한 학생 수가 1000명을 돌파했습니다.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이, 가르침과 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가 이렇듯 자기 임무에 충실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 책임은 전적으로 총장직을 수락한 보광 교수님과 표절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한 이사회에 있습니다.

근래 들어 대학의 본질이 퇴색되어 일부 ‘경영총장’ 및 이사장들이 대학을 ‘취직전문학원’으로 추락시키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의 궁극적인 사명이 진리탐구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입니다. 진리란 무엇이며 학문이란 무엇입니까? 진리는 참된 이치, 참된 도리이고 학문은 이러한 이치와 도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익히는 작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를 대표하는 총장이 진리에 역행하는 행위, 즉 논문 표절을 했다면, 그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들과 학생들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표절이란 주인의 허락 없이 남의 것을 가로채는 행위입니다. 그 때문에 대중가수도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 손가락질당하며 곤욕을 치릅니다. 하물며 진리, 즉 참을 가르쳐야 할 교수,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교수들을 대표하는 분이 거짓(표절)을,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했다면 그는 총장 자격, 아니 평교수로서 교단에 설 자격조차 없는 게 아닐는지요?

한보광 교수님의 표절 논문 한 편을 예로 들면, 제자뻘 되는 사람의 박사학위 논문 여러 대목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베끼셨습니다. 원문에서 인용된 각주까지 그대로 옮겨 실으셨고요. 이런 행동을 저지르시고도 문제제기를 하는 교수들을 향해 “표절 안 한 교수들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는 식으로 반론을 펴셨다니 이 말을 듣는 교수들은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요. 요즈음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물귀신 작전을 많이 쓰더니, 한 교수님도 이들을 닮아 가십니다. 너희들도 다 표절하니까 나도 표절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통속, 표절 논란 그 정도로 묻어버리고 이제 새 출발하자!? 이런 심리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막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도층일수록 먼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고 털어놓았을 때 용서를 받을 수 있지 그렇지 않고 숨긴다든지 변명하다가 잘못이 밝혀지면, 범죄보다도 더 엄한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된다.” 이 말은 다름 아닌 한보광 스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임호일 동국대 명예교수
임호일 동국대 명예교수
보광 스님, 나는 내가 몸담았던 학교를 누구 못지않게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동국대가 날로 발전하고 번성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사람입니다. 동국대가, 아니 대한민국의 대학들이 더 이상 명예훼손과 품위손상을 당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보광 스님, 이제라도 마음을 비우시고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십시오! 총장직을 사퇴하는 길만이 스님께서 말씀하신 “범죄보다 더 엄한 사회적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부디 부처님의 자비가 스님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임호일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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