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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북한발 통일관의 변화에 주목한다 / 존 페퍼

등록 2015-06-14 20:36

남북한 사람들에게 통일은 약속의 땅이나 성배처럼 신화적인 성질을 갖는다. 남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남북이 결합해 분단과 일본 식민지배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를 재창조하는 통일을 꿈꾼다. 이것은 아름다운 생각이지만 누구도 그 성취 방안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다.

남한에서는 통일의 방안과 시기, 내용에 대해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의 아산연구원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에 대한 관심이 80%를 넘을 정도로 여전히 매우 높다. 다만, 젊은이들은 이 주제에 관심이 더 적었고, 통일 지원을 위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는 데도 관심이 더 적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사람들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 북한 정부는 많은 공식 발표를 해왔다.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나타냈으나 그들은 북한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의 관점이 얼마나 북한 사람들을 대표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조선일보>와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자들이 중국에서 실시한, 북한 사람 100명에 대한 여론조사는 우리에게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준다. 이들 북한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일을 하거나 친척들을 방문하면서 중국에 일정 기간 머물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북한에선 대중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조사에 어느정도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다.

통일 문제에 관한 이들 100명의 관점은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한은 통일 이슈를, 그 방향이 반대이긴 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바라본다.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깃발 아래 한반도 통일을 갈망한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남한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흡수하려는 희망을 가졌다.

한반도의 계속되는 교착 상태는 김일성과 박정희가 통일 성취를 위한 다른 방안을 고안하도록 했다. 그 시대에 양국의 구조적 유사성, 즉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사회적·문화적 획일성을 고려하면, 궁극적 통일을 위한 방식을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었다. 정말로, 당시 주요한 난제 중 하나는 이데올로기적인 게 아니라 수적인 것이었다. 남한이 북한보다 인구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양쪽은 각각을 동등하게 대표하고 양쪽 인구를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정치구조에 합의할 수 없었다.

북한이 1990년대 기아와 경제위기에 빠져들면서 다른 통일관이 주로 남한에서 생겨났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동유럽에서 붕괴했고, 북한이 붕괴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래서 통일은 군사행동이나 복잡한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남한이 그 정치적 공백을 채우는 방식으로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북한 체제가 완강하게 생존하면서 이런 최근의 통일 시나리오는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 누구도 통일이 조만간 오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 사람 10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처럼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95%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숫자가 통일이 되면 개인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실용적이었고, 그들이 어떤 체제 안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양국 정부는 통일에 대해 서로 간에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남한 동포들보다 많지는 않지만 남한 동포들만큼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또 두 체제의 장점에 대한 토론들이 북한 내 다양한 사회·경제적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더 중요한 것은 이 조사 결과가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 세계와 관여할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에서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것이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생겨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명백하게 이미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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