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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삼성물산 합병과 국민연금의 의무 / 손창완

등록 2015-06-24 18:48

삼성물산 이사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의결하고, 주주로부터 합병을 승인받기 위하여 상법에 따라 다음달 17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의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는 양사간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분쟁과 관련하여 여론은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의 구도로 바라보며, 엘리엇을 주가차익을 노리는 일명 ‘먹튀’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에서 빠진 주체가 있다. 바로 ‘국민’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합병의 최대 이해관계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이번 합병은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합병 결의의 목적과 시기 문제이다. 이번 합병의 목적을 삼성물산은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2013년 제일모직 영업 양도 이후로 계속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으로 볼 때 이번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명백하고, 합병 목적은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희석되어서는 안 되고 이를 위해 삼성물산 이사회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가장 낮은 시기에 합병 결의를 하였다. 삼성물산의 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물산의 주주를 위하여 선관주의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는데 삼성물산과 삼성물산의 주주가 아닌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한 것이고, 이는 그 자체로 이사 의무 위반이다. 미국에서 기업에 가장 유리한 법원인 델라웨어주 법원은 합병과 관련하여 이사는 일종의 경매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이사는 주주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판례의 입장에서 비추어 보면 삼성물산의 이사회가 이 부회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면 당연히 시기의 부적절함을 문제삼아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합병비율이다. 이번 합병에서 합병비율은 1:0.35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는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물산주 1주를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교환받게 된다. 이러한 합병비율에 대해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합병비율은 합병할 각 회사 주식의 실제적 가치에 비추어 공정하게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근거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가치만 13조원에 육박하고, 제일모직의 자산이 삼성물산의 3분의 1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는 점도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삼성물산 시가는 이 부회장의 의사에 따라 조정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부회장 일가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고, 최 사장의 경영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가는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번 합병이 부적절하다면 그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국민연금에 돈을 위탁한 국민이다. 국민연금이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제일모직 주식을 덜 받게 되면 그로 인한 종국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그 누구의 편을 들어서도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이번 합병에 대해 시기의 부적절함과 합병비율의 문제를 들어 반대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국민연금의 의무이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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