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킹 대 버웰 소송’에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정부보조금 지급이 위헌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로써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종식됐고, 건강보험을 개선할 길이 열렸다.
‘킹 대 버웰’ 소송은 900여쪽에 이르는 건강보험개혁법 중 단 한 구절인 ‘주에 의해 설립된’이란 문구 때문에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대한 위헌 논란을 낳으며 오바마케어에 최대 도전이 됐었다.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36개 주는 세금 크레디트 형태로 지급되는 주 단위의 보험거래소를 설치하지 않았고, 연방 정부는 이들 주에 대해선 연방거래소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36개 주의 민간보험 시장도 망가지게 될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6 대 3으로 이러한 사태는 불합리하다는 판결을 했다. 미 의회나 오바마 정부에서 단 한 사람도 주 거래소의 보조금 지급 유지로 이득이나 손해를 봤다는 기록은 없다. 다시 말해, 그들 중 누구도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이 건강보험개혁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번 소송은 결코 법률의 효력에 문제가 될 게 없는, 단순한 문구 표현의 문제였다.
건강보험개혁법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젠 이 법의 단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중 최우선은 다양한 종류의 암 환자들을 진단하고 보험 혜택을 보장하는 것이다. 암 진단은 매우 비싸지만, 보험공제율(본인부담금)이 높은 보험계약 상품을 가진 환자들은 사실상 거의 모든 비용을 자기 주머니에서 내놔야 한다. 많은 암 환자들은 일자리도 잃게 되는데, 수천달러에 이르는 진단비는 그들에게 특히 고통스러운 부담이다. 암 진단이야말로 오바마케어가 강조하는 ‘예방적 검진’의 진정한 핵심이므로, 건강보험개혁법으로 전면 보장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최저비용 보험 계약에서 일인당 최대 6000달러나 되는 공제액(자기부담)은 보험의 유용성을 제한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선을 낮추지 못한다. 보험 혜택으로 되돌려받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공제액을 1000달러만 낮춰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간소득 계층도 보조금 지급 대상 기준의 바로 위에 있는 이들이 많다. 이 경우 건강보험료는 특히 노년층에게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도 매우 큰 돈이 들지는 않는다.
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오바마케어 첫 2년 동안의 보험료 인상은 평균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급격한 보험료 인상을 피해 보험사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마다 의사 네트워크와 보장의 질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건강이 악화된 이들에게 보험사 변경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기존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한도에는 제한을 둬야 한다. 만일 어떤 보험사의 보험료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면, 새 가입자들에게는 좀 더 높은 보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기존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이 문제는 민간보험사들과 경쟁할 공공 방안을 갖추는 문제로 돌아간다.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이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민간보험사에 대해 정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메디케어가 민간보험들과 경쟁할 보험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런 방안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좀더 제한적인 수준에서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오바마케어가 더 많은 미국인들이 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고 보험과 관련해 고용주에게 덜 의존하도록 만드는 매우 중요한 전진이라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는 다른 부유한 국가들의 국가의료보험 시스템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열악하다. 아마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오바마케어가 계속 유지될 것이고, 어떻게 그것을 개선할 것인지라는 질문만 남았다는 생각을 납득시킬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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