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노동자 가족이 직면한 장기간의 소득 정체는 진보적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선거전에서 중산층의 생활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장기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기업들의 노동력 투자를 촉구했다. 그가 이전에 내놓았던 주메뉴는 직장 내 교육에 대한 세금 혜택과 이익공유제였다. 목표는 좋지만 그가 내놓은 구체적인 방안들이 경제를 그런 방향으로 밀고 갈지는 불투명하다.
가장 최근에 그는 자본이득세제를 손보겠다고 했다. 그의 제안에 따르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지금보다 오래 주식이나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지금은 1년 동안 주식을 보유해도 자본이득에 최고 2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앞으로는 4년 동안 주식을 보유해야 20%의 세율을 적용받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기업과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세금 우대 조처를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 사실, 워싱턴 정가에서 양당이 의견일치를 보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세법상의 우대 조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세제개혁안은 낮은 세율, 단순한 세법이 바람직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클린턴 전 장관의 제안은 명백히 이런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지 않아 어떤 잠재적 문제가 있을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미 카터 대통령 때인 1970년대 유사한 제안들이 남용된 것은 언급할 만하다. 카터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자기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수단으로 우리사주신탁제도(ESOP)의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입법을 밀어붙였다.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에 세금 우대 조처를 했다. 세금 우대 조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목표가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실제적 발언권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 제도는 참담하게 실패했다. 우리사주신탁제도는 경영진에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부동산 재벌인 샘 젤이 최근의 사례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미디어 회사 가운데 하나인 트리뷴컴퍼니를 인수하는 데 우리사주신탁제를 이용했다. 결국 트리뷴은 파산했고, 노동자들의 퇴직금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거래에서 트리뷴의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더 느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클린턴 전 장관의 계획이 우리사주신탁제의 오·남용 같은 것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회의론은 불가피하다.
자본이득세를 손봄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행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가장 자주 거래하는 이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주식 보유기간이 채 1년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식 보유기간이 기업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도 불분명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말한 목표들에 이르는 훨씬 더 직접적인 길이 있다. 그 요점이 기업들한테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장기 근속자에 대한 일종의 퇴직급여다. 미국은 회사가 정당한 이유나 보상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몇몇 나라에서 지나칠 정도로 노동자 해고가 어려운 것은 논란거리지만,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장기 근속자가 실직할 때 약간의 퇴직급여를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주식 과다거래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면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안한 금융거래세가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이는 직접적으로 단기 자산의 비용을 증가시켜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을 실질적으로 늘릴 것이다. 또 수백억달러의 단기 거래를 없애 금융 부문에서의 낭비를 줄일 것이다.
선거 캠페인은 이제 초기 단계이고, 더 구체적인 것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클린턴 전 장관의 제안들은 그가 언급한 의제들을 진전시키는 효과적인 방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대선 후보 대부분이 중산층을 돕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런 공약을 가장 성공적으로 판매하는 후보가 최후 승자가 될 것이다. 바라건대, 이들의 구매 권유가 경제 현실에 근거했으면 좋겠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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