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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남북관계, 정상회담으로 풀어보자

등록 2015-08-17 20:02수정 2015-08-18 10:33

성한용 선임기자의 현장칼럼 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이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화의 형식과 절차에 대해 구체적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6자회담을 조속히 속개하기 위해 2+2 회담을 제안합니다. 2+2 회담은 남북 간, 북-미 간 회담을 병행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공식-비공식, 정부-민간을 따지지 말고 북과 적극 접촉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부를 향해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한반도에서 평화도, 안보도, 경제성장도 가장 절박한 건 우리”라고 했다.

남북관계는 ‘무엇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인 것과 같은 원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와 협력을 제의하면서도 “북한이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앞뒤가 잘 안 맞는다. 지뢰 폭발 사고로 남한과 북한 정부가 모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하게 안보 변수는 예민한 시기에 돌발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다. ‘비핵·개방·3000’을 공약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다소 경직된 대북정책을 폈다. 취임 뒤 5개월 가까이 지난 2008년 7월11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과거 남북간에 합의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이행 방안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

누가 봐도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전향적 내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격됐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고 그 이후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이산가족 명단 교환 등 여러가지 제의를 북한이 쉽사리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신뢰가 전혀 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몇 개월 뒤 통일이 갑자기 이뤄질 수 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비상대책 차원이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자꾸 드러내면 남북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한 박근혜 의원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한 박근혜 의원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대북 제의가 아니라 어쩌면 대화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경험이 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쑥’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밝혔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금강산댐 공동조사, 남북한 동해선 연결, 남북축구대회, 김정일 위원장 답방 검토 등 많은 약속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서전에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고 썼다.

‘다양한 대화채널 상시 개설 및 정상회담 개최’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통령 선거 공약은 그냥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자신의 직접 체험을 토대로 내놓은 것이라고 믿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분단 이후 최초로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도 7·4 남북공동성명의 기반 위에 서 있다. 남과 북의 4·8 합의문은 “남과 북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로 시작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북방정책으로 소련·중국과의 수교,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한반도비핵화선언,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는 자신의 북방정책이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는 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공산국가들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3년 6·23 선언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도 야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기에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득권 세력의 ‘퍼주기’나 색깔론 시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통일은 정파를 초월한 민족적, 헌법적 가치다.

‘평화적 통일’은 대한민국의 사명이다.(헌법 전문)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헌법 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헌법 66조 3항) 취임할 때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노력할 것을 선서한다.(헌법 69조)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은 평화적 통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통로다. 따라서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혈맥이기도 하다. 꽉 막힌 경제의 탈출구를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뚫어야 한다. 실체 없는 창조경제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신의 한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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