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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암흑대마왕이 좋아

등록 2015-08-30 18:34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태양의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행성은 가까울수록 빨리, 멀수록 천천히 돈다. 같은 패턴이 은하에도 적용되려면 은하 중심에서 가까운 별은 빠르게 돌고 먼 별은 느리게 돌아야 한다. 그런데 관측 결과 모든 별들이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중력을 가진 물질이 은하에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물질에 암흑물질(dark matter)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또한 별들이 서로 점점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질이건 암흑물질이건 중력을 갖고 있으므로 우주는 수축하거나 적어도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야 하는데,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력이 아니라 척력으로 작용하는 이 힘을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 부른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우리가 아는 것은 겨우 4.9%뿐이며, 암흑물질이 26.8%, 암흑에너지가 68.3%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게 이렇게 없구나 싶다가도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하면 대단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일도 이럴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 95.1%가 미지다. 내가 아는 게 하나라면, 그의 매력(‘attractive force’는 인력이란 뜻이다)은 다섯 배는 더 크다. 게다가 그는 점점 더 빠르게 커진다. 사랑에 관해서도 나는 내가 모른다는 바로 그 사실만을 안다. 암흑이란 그런 미지의 신비를 이르는 말이다. 어쩐지, 어린 시절 암흑대마왕에 자꾸 관심이 가더라니.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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