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세계로 퍼진 한장의 사진은 지금 인류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알려줬다. 파도가 밀려오는 터키 바닷가 백사장에 코를 박고 숨진 3살짜리 시리아 어린이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은 지금 유럽 안팎에서 벌어지는 반인간적 만행을 알리는 결정판이었다.
올해 들어 35만명 이상의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 등을 건너서 유럽으로 오거나, 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약 2600명이 숨졌다. 지난 한해 동안의 21만9천명을 벌써 훌쩍 넘었다. 폭발적으로 밀려드는 난민에 유럽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유럽, 특히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
현재 유럽 난민 위기의 주요 근원지인 시리아에서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모두 76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중 400만명이 시리아 밖으로 피난했다. 200만명과 100만명이 터키와 레바논으로 갔다. 인구 350만명인 레바논은 지금 자신들 인구의 20%를 넘는 시리아 난민을 껴안고 있다. 인구 650만명의 요르단에는 7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십년 동안 유럽에 난민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 신청을 받아준 독일은 난민이 인구 1천명당 6명이다. 이에 비해 터키는 21명, 레바논은 232명이다. 유럽이 비명을 질러대는 난민들은 다른 나라들이 짊어진 난민에 비하면 한줌에 불과하다.
이런 난민을 발생시킨 시리아 내전이 전적으로 유럽 등 서방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방은 비우호적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고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을 무장시키는 데 급급해 내전을 키웠다. 그리고 서방은 대량 난민을 포함해 시리아 내전에 오불관언하고 있다. 시리아 국토의 3분의 1을 점하며 이 내전을 더러운 전쟁으로 만든 또 다른 세력인 이슬람국가(IS) 탄생의 기원 역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있다. 유럽 난민 위기의 또 다른 근원지인 리비아 내전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과 프랑스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타도한다며 앞장서서 공습을 퍼부은 뒤에는 아무런 대책 없이 뒤로 빠져버렸다.
현재 난민 위기를 자아낸 이슬람권 분쟁에서 유럽 국가 중 가장 책임이 큰 영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발을 빼고 있다. 난민 문제에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국민투표까지 고려하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세계적으로 5950만명의 난민이 있다. 이 중 2천만명 정도는 올해와 지난해 이슬람권 분쟁에서 발생했다. 이 중 유럽으로 오는 난민은 극소수다. 지금의 난민 위기를 유럽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몫만큼은 져야 한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더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 수준보다는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럽으로 오는 난민은 물론이고, 현지의 난민들을 보살피는 데 유럽 선진국들이 개입해야 한다. 그게 유럽에도 비용이 싸다. 요르단에서 난민 1명을 돌보는 비용은 연간 3천유로이지만, 독일에선 1만2천유로가 든다는 통계도 있다.
유럽의 난민 위기는 난민 자체가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난민에 대응하는 유럽의 자세에서 나온다. 난민 문제로 유럽에서 다양성을 파괴하는 반이민과 인종주의가 넘실댈 조짐이다. 이는 난민들을 양산하는 ‘실패한 국가’들로 둘러싸이는 유럽의 안보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로마를 무너뜨린 게르만족의 이동은 훈족의 침략을 피해 피난처를 구하던 고트족들을 로마가 방기하다가 일어난 것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유럽은 잊어서는 안 된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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