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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무성 칼춤에 홀린 새정치 내년 총선 80석은 건질까

등록 2015-09-09 19:50수정 2015-09-10 11:45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가정어린이집 보육인대회에 참석해 ‘앞사람의 겨드랑이에 간지럼을 태우라’는 사회자의 지시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겨드랑이를 간지르자, 김 대표가 웃으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가정어린이집 보육인대회에 참석해 ‘앞사람의 겨드랑이에 간지럼을 태우라’는 사회자의 지시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겨드랑이를 간지르자, 김 대표가 웃으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현장칼럼 창
문재인, 2003년 노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승부수 ‘따라하기’
안철수는 천정배와 ‘밀당’…정세균은 ‘원탁회의’ 딴소리…
20% 지지율도 과분한데 과거 승리 되새기며 “자학 말자”
이대로 가면 2008년 통합민주당이 얻은 81석에 못미칠 수도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오전 9시 최고위원회부터 공천 혁신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반대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밀어붙였다. 오전 10시30분 당무위원회에서도 문재인 대표의 뜻이 관철됐다.

그사이 안철수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천정배 의원과 만났다. 회동 뒤 “지금의 새정치연합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데 대해 공감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안철수 의원은 당대표를 지냈고 천정배 의원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추진중이다. 만남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였을까? 오후 2시30분 문재인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비주류의 도전에 대한 정면돌파 선언이었다. 정면돌파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특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가 터지자 2003년 10월 대통령직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해 정국을 수습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표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비주류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의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다. 중재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균 의원은 ‘갈등과 분열의 언행 중지’ 및 ‘원로, 3선 이상 중진, 전·현직 지도부, 혁신위가 모두 참여하는 원탁회의 즉시 소집’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이 마침내 폭풍 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누가 이길까?

공멸할 것이다. 야당의 명분 없는 내부 갈등에 지지자들도 이제 환멸의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누가 주류이고 누가 비주류인지도 잘 모른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지난 1년 동안 20%대에 머물고 있다.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다. 지지율보다 더 큰 문제는 무기력이라는 이름의 내상이다.

한명숙 전 총리 대법원 판결 이후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태도는 잘못됐다. 법률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박지원·김한길·문희상 등 중진들도 재판을 받거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정치에서는 의혹의 실체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어느 사건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은 한반도 정세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구했던 미·중 간 균형외교를 박근혜 대통령이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이어 한반도 정책마저 여당에 주도권을 넘겨준 모양새다. 이제 여당보다 야당이 더 잘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분야가 과연 무엇일까.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사하고 김무성 대표를 상대하기도 힘겨워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기득권의 힘’과 ‘야당식 억지’라는 두 개의 칼을 사용하는 검객이다. 그는 선거를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대결’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조 때리기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인터넷 포털 뉴스가 여당에 불리하다고 억지를 쓰고 있다.

당연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대로 가면 81석에 그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서울 7석, 인천 2석, 경기 17석을 겨우 건졌다. 내년 선거에서 호남은 2008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원내 129석의 제1야당이 바닥을 모른 채 가라앉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 위기의 본질은 한마디로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입니다.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당 부패 척결 문제는 시대적 흐름과 요구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당내 타성과 기득권에 막혀 금기시되어 왔습니다.”(안철수 의원 6일 기자간담회)

‘어떻게’는 없지만 진단은 꽤 맞는 말이다.

“자학하지 맙시다. 국민이 불안해합니다. 제가 정치를 해 오는 동안 우리의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또는 그 전신을 앞서 나간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이겼지만 정당 지지율이 앞서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신기남 의원 8일 성명)

“기울어진 운동장론의 근본적 오류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데 있다. 야당이 매번 지는 이유는 야당에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심각하게 헤매서 사람들이 염증을 느낄 때도 표는 야당으로 오지 않는다.”(금태섭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일리가 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당과 지지층의 분리 현상이다. 새정치연합 의원이나 당직자들의 절박감은 한계상황에 내몰려 몸부림치는 유권자들에 못 미친다. 짐작건대, 생계형 정치 고착화,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야당 몫으로 돌아오는 몇개의 자리 때문에 제1야당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각 계파가 당권투쟁에 몰두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민병두 의원은 이제 주요 정치인들이 나서서 ‘정치 행위’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손을 잡아야 하고, 손학규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표가 비주류와 정면대결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금 야당의 앞길은 캄캄하다. 정치 참 어렵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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