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가 다시 또 요동을 칠 태세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돌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시사한 것은 예상했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비친 것은 예상 밖이라 하겠다. 3차 핵실험이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직전에, 그것도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설)을 즈음해 이뤄져 중국인들의 불만을 자아냈다면 이번에는 덩샤오핑의 방미에 버금간다는 시진핑의 방미에 앞서 또 한번 재를 뿌리는 격이 된다 하겠다. 중국 언론들이 비난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이 자신들이 핵을 보유하게끔 떠밀었다고 하지만 이젠 그 말도 통하지 않는다. 21세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가 북한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북핵의 국제 정치학은 결국 본질은 뒤로하고 모든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애초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일이 중·러와 함께 남북한을 교차승인했다면 북핵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렬히 원했으니 미국이 그 시점에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했다면 북한의 핵개발 동력이 생기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그러면 미국은 냉전시기의 가장 큰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과는 관계 개선을 하면서 왜 북한엔 ‘적대시 정책’을 펼친 것일까. 러시아나 중국보다 더 위협적이어서였을까, 아니면 더 미워서였을까. 미국의 국가전략에 필요한 북한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 북한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한·미·일 동맹과 주한·주일 미군의 존재 이유를 제공하는 북한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찌됐든 미국의 전략에 한반도의 적당한 긴장이 필요했던 것만은 사실이라 하겠다.
북한은 그런 미국의 전략에 타의로 ‘협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 필요한 긴장을 시의적절하게 제공했다. 북핵이 그 매개 역할을 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은 체제를 전복하려는 미국의 위협에 맞서 핵무장을 한다고 했지만 미국이 애초 북한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시각에서 보면 북한 체제 전복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같은 개념일 수 있다. 두 경우 다 미국에 필요한 적대국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그런 위협을 적당히 통제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동북아를 만들어 왔다. 미·일 동맹이 주도하는 동북아라 하겠다.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 유독 동북아만 지역협력이 전무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동북아가 경제 블록화를 실현하는 추세라면 미국의 동북아 주도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중국 주도의 동북아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불량국가’ 북한을 믿을 수 없기에 ‘인내 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익인 것이다. 미국에는 북한이라는 ‘적대국’이 필요하고 ‘북한의 위협’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그런 미국을 예의 같은 패턴으로 ‘협박’한다. 각종 핵무기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인다고 한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은 오래전에 갖추었다고 했다. 미국도 그런 북한의 장단에 맞춰 북핵과 미사일의 본토 타격 ‘위협’까지 운운한다. 그러면서도 꿈쩍 않는다. 북한은 미국 본토 핵 타격이 가능할 때까지 계속 미사일과 핵을 개발할 태세다. 그래야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새로운 인공위성 발사나 4차 핵실험까지 갈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움직일까. 북한이 핵전쟁까지 운운해봤자 부처님 손바닥을 못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고 견제하려면 지금의 북핵 전략이 최상일 수 있다. 그러니 북핵 문제에서의 중-미 협력 역시 구조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결국 북핵에 미국의 전략이 입력되면 북핵은 한갓 미국의 전략적 바둑판에 바둑알 역할만 하게 될 것이고, 북핵 게임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 피로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어디가 끝일까.
당장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여럿이 연일 대중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갈 길이 먼 중-미 관계다. 그러니 북핵이 더더욱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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