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전세계의 의료 체계는 엄청나게 비싼 약이 등장한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약물들은,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질환들에 효과적이어서 제약사들은 종종 이 새로운 약물을 쓴 치료에 10만달러 이상의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공중보건 당국과의 협상이 난관으로 이어졌다. 어떤 경우엔 정부가 그냥 비용을 치르는 것을 거부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미국에선 정부 개입 없이 제약사들이 약값을 결정한다. 연방정부는 약과 관련한 일련의 규정을 갖고 있으며, 50개주 역시 자체의 규정을 두고 있다. 제약사들은 자사 약이 보험 적용 대상이 되도록 주 의원들에게 로비를 한다. 약값 결정과 이로 인해 누가 혜택을 보느냐를 둘러싼 논쟁은 효과적인 연구 비용 조달 방법이 있다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회사한테 특정 약에 관한 특허독점권을 주고, (제약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부를 압박해 약값을 치르도록 하는지에 따라 연구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은 거의 모든 경우 생산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이 겨우 몇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허와 관련 보호 제도들이 없으면 처방당 100달러 이상에 팔릴 약은 드물 것이다. 약은 일반적으로 희귀 화학물질이나 고비용 생산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만일 약이 특허보호가 없는 자유 시장에서 팔린다면 우리는 누가 최신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지 논쟁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결정은 재정상의 이유가 아닌 치료의 측면에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히 연구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특허독점은 연구 비용 조달 측면에서 여러가지로 매우 좋지 못한 방법이다.
우선, 특허독점을 통해 (개발 비용을) 보상받는 방식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른다. 연구자들은 과거 이뤄졌던 연구를 이어갈 하등의 인센티브를 찾지 못한다. 오히려 다이어트와 운동이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를 숨기는 게 장려된다. 특허 보호를 받는 약 시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특허독점은 연구 과정에서 비밀주의를 독려하기 때문에 연구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회사들은 특허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정보 공개도 장려하지 않는다. 셋째, 특허독점은 회사들이 자사 약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의사들과 대중을 호도한다는 점이다. 약이 생산비의 수백배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다면, 이런 속임수엔 큰 보상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정치 논쟁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은 약이 특허 없이 직접 펀딩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직접 펀딩 방식은 우리가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연구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금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는 제법 설득력이 있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치권은 이해하지 못한다.
직접 펀딩의 효과에 대한 증거들도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몇몇 구호단체와 개인 자선단체와 함께 ‘소외질병을 위한 약물계획’(DNDI)을 세웠다. 2013년 말 디엔디아이는 10년 작업 끝에 보고서를 들고나왔는데 핵심 중 하나는 말라리아와 수면병에 대한 새 치료약을 개발했다는 것이었다. 이 말라리아 약은 이미 2억5000만번 이상 쓰였다. 여기에 든 비용은 각각 1200만유로와 680만유로였다. 미국 터프츠대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제약업계가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26억달러를 들인다고 추정했다. 디엔디아이가 말라리아 약을, 미국 제약업계가 들이는 신약 개발비의 0.6%조차 안 되는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적어도 직접 펀딩이 특허독점의 신약 개발 연구 지원만큼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선불로 펀딩을 한다면 더이상 누가 값비싼 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놓고 얼굴 찌푸리며 뛰어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약값은 쌀 것이고 우리는 치료만 걱정하면 될 것이다. 정치권이 특허 외에 약 개발 지원 방법에도 생각이 미치도록 할 수 있다면 이 분야에서 일보 전진을 위한 큰 발걸음이 될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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