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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논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존 페퍼

등록 2015-10-11 18:48

지난달 말, 세계가 직면한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사람들이 뉴욕으로 모였다. 140개국 이상의 국가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개발, 평화유지, 이슬람국가(IS) 등의 문제를 놓고 씨름했다. 유엔이나 다양한 부수적 토론을 통해 몇가지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대한 위협들에 대한 합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세계 지도자들은 유엔 창설 70주년을 중대 발표의 계기로 활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키겠다며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편에 서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고 이란 및 이라크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거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변화의 위협과 가난한 자의 어려움에 더 큰 관심을 촉구하는 가운데 “권력과 물질적 번영에 대한 이기적이고 끝없는 갈증”을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전략이 분명히 실패했음을 내비치면서, 극단주의와의 싸움은 폭력이 아니라 이슬람국가 쪽으로 흡수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진정한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개의 새로운 공약도 나왔다. 총회에 모인 국가들은 유엔의 임무를 위해 4만명 이상의 평화유지군 추가 파견을 약속했다. 애초 목표보다 5년을 앞당겨 최빈곤층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던 ‘밀레니엄 개발 목표’의 후속으로 ‘지속가능 개발 목표’도 채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엔 총회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회의에서 빠진 것이 있다. 이슬람국가와 세계 평화유지에 대한 모든 논의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를 찢어놓고 수백만명의 시민들을 유럽과 이웃국가로 떠밀고 있는 내전과 관련해 정치적 해결을 위한 어떤 제안도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할지를 놓고 깊은 대립을 보였지만, 두 국가 모두 여전히 군사적 해결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은 이슬람국가에 대해 7천번의 공습을 단행했고, 러시아도 공습을 시작했다.

실제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슬람국가가 문제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이슬람 최고 통치자인 칼리프라고 선언한 이슬람국가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혼돈이 지속되는 한 계속 번창할 것이다. 연합군의 폭격은 이슬람국가의 전투력을 약화시키지 못했으며, 되레 수천명 이상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전투에 참여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이슬람국가로 합류했다.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 이란은 이견을 일단 제쳐놓고 정치적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해결책을 통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전투를 종식시키고 이슬람국가를 고립화시킬 수 있다.

물론, 4만명 이상의 평화유지군이 늘어나면 세계는 좀더 살기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불을 계속 지르면서 수천명의 소방관을 더 고용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계 지도자들은 국방비 지출 감소나 무기판매 감축, 해외 군사개입 중단 같은 것에 대해 어떤 공약도 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갈등 유발에서 갈등 예방 쪽으로 관심과 재원을 돌리기 위한 어떤 주도적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중국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중국 지방 도시에서 이미 시범 운영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탄소배출권을 무료로 나눠준 탓에 중국 산업부문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오염 유발 비용이 제조업이나 에너지 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산업계에선 지속가능한 대안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교황도 지적했듯이, 세계 경제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 대한 해결책 없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회의는 계속될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이주·난민 위기에 대한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오는 1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회의가 열린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들이 새로운 노력과 새로운 제도, 새로운 자원배분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말잔치만 남게 될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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