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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아프간 전쟁 36년, 이라크 전쟁 35년

등록 2015-10-29 18:48

미국이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철군 중단을 발표했다. 아프간 전쟁 등 중동 분쟁은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현재 중동의 대표적 분쟁인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시리아 내전은 9·11 테러 세력을 응징하겠다며 미국이 2001~2003년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기점이다. 하지만 이 전쟁들의 뿌리는 훨씬 깊다.

아프간 전쟁은 1979년 12월25일 소련이 당시 아프간 사회주의 정권을 지원하려고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소련이 철군하는 1989년까지가 1차 아프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인 무자헤딘을 지원해 소련에 대항케 했다. 사실 소련과 미국의 전쟁이었다. 소련이 철군한 뒤 아프간은 2001년까지 무자헤딘 군벌들 사이의 내전에 휩싸였다. 2차 아프간 전쟁이다. 이 전쟁은 탈레반이 마지막 무자헤딘 군벌인 아마드 샤 마수드를 알카에다의 도움을 받아 암살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며 끝났다. 9·11 테러 이틀 전이었다. 9·11 테러 뒤 한달 만에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했다. 지금까지 지속되는 3차 아프간 전쟁의 시작이다.

이라크 전쟁은 1980년 9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란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후세인은 1979년에 벌어진 이란 이슬람혁명의 전파를 차단하는 한편 걸프지역의 패권을 노렸다. 후세인이 총대를 멘 반이슬람혁명 전쟁이었다. 배후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었다. 1차 이라크 전쟁이다. 1988년 9월까지 계속된 이 전쟁은 20세기 최장의 국가간 재래식 전쟁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이란의 이슬람혁명만 공고하게 만들었고, 이라크의 실질적 패배로 끝났다. 후세인은 반혁명 전쟁의 총대를 멨으나 빚더미에 올랐다. 그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보수왕정들에게 보상을 요구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1990년 8월 전격적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해 점령했다. 걸프전이라 불리는 2차 이라크 전쟁이다. 걸프전은 다국적군을 꾸린 미국이 1991년 2월 쿠웨이트를 해방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이라크 국토의 4분의 3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후세인 정권과 ‘기술적인 교전’ 상태를 유지했다.

2차 이라크 전쟁은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알카에다 연계를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2003년 3월 침공으로 3차 이라크 전쟁으로 발전했다. 3차 이라크 전쟁은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 선포로 시리아·이라크를 아우르는 4차 이라크 전쟁으로 비화한다. 미국이 타도한 후세인 정권의 공백 속에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커지고,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과 연동된 결과가 이슬람국가 탄생이다.

이 전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로 전개됐다. 그 시작은 1979년에 절정에 오른, 냉전 구도의 해체였다. 미-중 수교에 따른 미-소-중 전략관계의 변화, 아프간 침공으로 절정에 오른 소련의 제3세계 진출, 이란 이슬람혁명이라는 이슬람주의 세력 출현이다. 그 와중에 소련은 해체됐고, 이슬람주의 세력은 커졌고, 미국은 국력을 과잉전개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36년째 계속되는 전쟁은 냉전구도 해체에 따른 중동의 세력 재편 과정이다. 지금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중동에 돌아왔다. 이란은 중동지역에 시아파 연대를 구축해 과거의 지역 패권국가 지위를 회복하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은 아프간과 이라크·시리아에서 현지 수니파 주민과 결합해 세력을 키웠다. 그렇다면 중동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슬람주의 세력,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 모두의 몫과 영역을 인정하는 새로운 세력균형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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