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한 사람이 죽으면 40일 뒤에 추도식을 한다. 17일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군사 공습을 받아 의료 직원들과 환자들을 포함해 30명이 목숨을 잃은 뒤 비공개 장례식을 열게 된다.
지난 10월3일 새벽, 미 군용기가 병원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직원 80명은 환자 105명을 돌보고 있었다. 외과 수술 두 건도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 여덟 명은 집중치료실에 있었다. 공격을 멈춰 달라는 반복된 요구에도, 병원을 정확히 겨냥하여 파괴한 공격은 한 시간 남짓 지속되었다. 직원들과 환자들은 난폭하고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 집중치료실에 있던 환자들은 병상에 누운 채 불길에 휩싸였다. 직원 한 명은 유산탄에 맞아 참수되었다. 주검 몇 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버렸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공격이었다. 비인간적이었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단체로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종, 종교, 계급, 정치에 관계없이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지원한다. 중립적인 단체로서 2011년부터 쿤두즈에서 활동하며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외상 수술 치료를 지원하는 병원을 운영했다. ‘무기 반입 금지’ 정책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을 가리지 않고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치료했다. 개원 이래로 국경없는의사회는 1만5000여건의 수술을 했고, 6만8000여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그러나 이번 폭격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쿤두즈 지역에서 30만명을 돌보던 의료활동을 그만두는 상황에 놓였다. 동시에 부상자들과 환자들이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김포시의 인구 전체, 혹은 제주 인구의 절반가량이 어느 순간 갑자기 긴급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것이 현재 쿤두즈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다.
공격이 일어나고 약 3주 뒤 또다른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공습으로 폭격을 맞았다. 이번에는 예멘 하이단에서였다. 다행히도 숨진 사람은 없었다.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제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였다. 하지만 20만명에게 의료 지원을 하던 병원은 완전히 무너졌다. 시리아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던 병원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공습을 받아 문을 닫아야 했다. 공격은 국경없는의사회에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분쟁지역에 있는 다른 여러 의료시설들과 직원들이 이러한 위험에 부딪힌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와 같은 병원 폭격을 용납할 수 있는가?
전시 상황에서 병원들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 환자들, 부상자들에게 혼란의 한가운데서 치유와 인류애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1949년 제네바 협정의 일부인 국제인도법에 따르면 의료시설, 환자, 직원들은 전시 상황에서 차별 없이 의료윤리에 따라 보호를 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조항들이 무책임하게 침해되고 있다.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쿤두즈 공격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우리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국제인도주의 사실조사위원회(IHFFC)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하고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의료진, 환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칙을 존중해줄 것을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전쟁지역에서 병원과 환자들은 공격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심지어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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