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7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강기정·김태년·우상호·최재성 의원과 문병호·정성호·최원식 의원이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대표하는 의원들로 평소에는 얼음과 숯 같은 사이였다. 하지만 이날만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화합을 이뤄내자는 데 의기가 투합했다. 취흥이 돋자 누군가 “당직은 너희들만 다 해먹냐”고 뼈 있는 농을 건넸고, 다른 이가 “야, 너희들은 옛날에 더했어”라고 말을 받아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원결의’는 며칠이 못 가 깨지고 말았다. 문재인의 ‘문·안·박 연대’ 제안이 직접적인 계기라지만 그만큼 두 세력의 간극이 넓기 때문일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핵심은 운동권과 변호사 출신들이다. 의원 7명 모임이 이를 상징한다. 1980년대 총학생회장 아니면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다. 어느 의원이 일일이 세어보니 새정치연합 의원 127명 가운데 운동권 출신이 63명, 변호사가 23명이란다.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들은 거리나 법정에서 싸울 때는 일가견이 있지만 국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원들의 색조가 단조롭기 그지없다. 당내에서는 “김진표·이용섭 의원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한탄이 나온다. 실물경제를 다뤄본 전문가의 맥이 끊긴 것이다. 외교·통일 분야도 마찬가지다. 송민순 전 의원을 이어갈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박지원 의원이 방송에 나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옛날얘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대신하겠는가.
흑백텔레비전 같은 야당의 인적 구성은 당내 계파 구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분열상이 심해지면서 각 계파들이 촘촘한 전투형 대오를 갖추게 되고, 자연히 전문가 출신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이러니 삶과 직결된 정책들을 만들어내며 수권 정당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기란 애당초 힘들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가끔 “의원 하나하나를 보면 우리가 새누리당보다 나은데 왜 밀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구가 일본에 거둔 역전승은 발빠른 교타자 오재원, 손아섭과 거포 이대호가 결합해서 이뤄낸 것이다. 모두 거포 흉내만 내면 헛스윙만 하다 제풀에 주저앉기 마련이다. 모두가 공격수인 축구팀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지점에 안철수의 소중함이 있다. 그의 살아온 이력과 표방하는 노선은 독특하다. 당에 다양한 색채를 입히고 탄탄한 전문가로 진용을 짜는 데는 그만한 ‘통로’가 없을 것이다. 안철수는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당을 혁신하자고 한다. 중요한 건 깃발만이 아니다. 누가 그 깃대를 메고 전진하는가도 결정적이다. 각계의 역량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그들이 총선에서 당선될 때 비로소 ‘안철수 표 혁신’은 시작되는 것이다.
또 안철수가 총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번 가라앉은 바람은 바람으로 다시 일으키기 어렵다. 완전히 달리 접근해야 한다. 자신의 ‘새정치’를 현실화시켜줄 인물들을 발굴하라. 그리고 그들의 당선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안철수 사단’을 보면서 국민들은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볼 것이다.
‘문·안·박 연대’는 그저 현재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용도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자면 각 계파 중진 의원들이 두루 참여하는 ‘통합 선대위’가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청사진이기에 의미를 갖는 것이다. 안철수는 이번 주말쯤 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불신으로 가득 찬 어제가 아니라 새롭게 시작할 내일을 보며 답안을 준비해주길 바란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김의겸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