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 중국은 제2의 배출국인 미국보다 거의 2배가량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탓에 중국도 해안 도시들의 침수와 북부 지역의 사막화, 전 지역에 걸친 물 부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150개 국가의 지도자들과 4만명에 이르는 각국 대표들이 모였다. 총회 전날, 중국 정부는 지구 온난화가 중국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10년간 세번째 보고서로, 이 보고서는 중국의 엄청난 경제 성장이 세계적 차원의 값비싼 대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분명한 현실적 깨달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전체 에너지 구성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올리겠다는 제안을 통해 당사국 총회에 임하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동아시아에서 지구 온도계를 쳐다보며 불안해하기 시작한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국 상위 10개국 가운데는 중국뿐 아니라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올라와 있다. 중국은 그나마 1인당 탄소배출량이 다소 낮은 편이다. 한국은 그런 주장도 할 수 없다.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유럽연합의 거의 2배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탄소발자국’을 줄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7% 정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약속을 위해 다양한 구상들이 나왔다. 제주도를 ‘탄소 중립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청정에너지 대안 마련을 위해 투자하는 것, 탄소배출권 거래를 국제 탄소시장과 연계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 정부가 ‘녹색 프로그램’ 실행을 가속화하는데도 지구 온난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는 한국인의 수는 최근 몇년 사이에 줄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48%만이 기후변화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5년 전의 68%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다. 아마도, 정부의 조처들이 한국인들한테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 될 것이다.
핵전쟁 위협은 인류에게 즉각적인 대재앙을 예고한다. 반면 기후변화는 훨씬 더 점진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세상이 하루아침에 끝장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점점 더 사람들에게 힘든 삶을 안겨줄 것이다.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해수면은 2m 이상 올라간다. 한국과 같은 나라는 해안지대를 상당 부분 잃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한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는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과 함께 청정에너지 개발 기술을 목적으로 ‘에너지 돌파구 연합’을 발족했다. 주택 외벽에 태양 페인트를 칠해 전력을 생산하는 등의 아이디어는 기적처럼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자원을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긴급한 사례다. 우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율로 화석 연료를 태웠고, 또한 지력을 소진시켰다. 어족을 남획하고, 숲을 파괴하며, 식수를 고갈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지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왔다.
지구를 구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일정 정도의 성장을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전반적으로 탄소발자국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 한국도 1인당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가 ‘녹색’을 향해 큰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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